인도서 ‘현대판 모글리’ 논란…경찰 “버려진 장애소녀일 뿐”

인도서 ‘현대판 모글리’ 논란…경찰 “버려진 장애소녀일 뿐”

입력 2017-04-10 15:32
수정 2017-04-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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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발견된 한 미아 소녀가 원숭이 무리와 생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현대판 모글리’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6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바라이치의 한 병원에서 ‘모글리 소녀’로 알려진 소녀가 침상에 앉아 있는 것을 누군가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6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바라이치의 한 병원에서 ‘모글리 소녀’로 알려진 소녀가 침상에 앉아 있는 것을 누군가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바라이치에서는 올해 1월 8∼12세로 추정되는 한 소녀가 보호자 없이 민가와 동떨어진 숲 주변 도로에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말을 잘 못 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 소녀의 보호자를 찾지 못하자 시내 병원 시설로 옮겨 치료받게 했다.

발견 당시 주목을 받지 못한 이 소녀의 사연은 두 달이 지난 이달 초 인도 영자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를 비롯해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인디펜던트 등에 ‘현대판 모글리 소녀’로 보도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 소녀가 애초 벌거벗은 채 네 발로 걸었고 경찰관이 소녀를 데려가려 하자 주변에 있던 원숭이들이 경찰을 공격하는 등 태어나면서부터 원숭이에게 키워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이 소녀는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늑대가 키운 소년 ‘모글리’와 비슷하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소녀가 입원한 병원에는 이 소녀를 보려는 방문객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지자 소녀를 발견한 경찰이 사실과 다르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나섰다.

소녀를 발견한 경찰관 중의 한 명인 사르바지트 야다브는 “당시 민가와 동떨어진 도로변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며 “소녀는 당시 옷을 입고 있었고, 손을 짚고 걷지도 않았으며 주변에 원숭이도 없었다”고 최근 인도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말했다.

야다브는 “소녀는 발견 당시 버려진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면서 “장애 때문에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모글리 소녀’와 같은 이야기가 퍼졌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삼림 당국도 소녀가 발견된 장소에서 30m 떨어진 곳에 삼림 감시 초소가 있는데 직원들이 종전에 부근에서 이 소녀를 보거나 소녀가 감시 카메라에 잡힌 적도 없다고 밝혔다.

소녀가 입원한 병원의 한 의사는 이 소녀가 보이는 공격적 행동 등은 지적 장애가 있는 아동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소녀가 입원한 병원 원장이 인도 현지어 신문에 ‘모글리 소녀’라고 부른 것이 첫 보도라면서 병원 측이 사안을 부풀린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문명-야만 구도나 신비주의 등 ‘오리엔탈리즘’으로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번 소동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에서 29년째 거주하는 김도영 델리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모글리 소녀’ 사연과 같은 것은 어디에서나 의심의 목소리가 나올만한 이야기이지만, 특히 서방 언론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맞춰 기정사실로 하고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며 “인도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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