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 일인자 솔레이마니 美공습에 사망… 미국-이란 직접 충돌 긴장 고조

이란군 일인자 솔레이마니 美공습에 사망… 미국-이란 직접 충돌 긴장 고조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1-03 13:48
수정 2020-01-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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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명령… 트위터에 말없이 성조기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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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대한 미군의 폭격에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2015년 7월 모습. AFP자료 사진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대한 미군의 폭격에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2015년 7월 모습. AFP자료 사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이란이 미국과 직접 무력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전장은 이라크가 될 것으로 제기된다.

미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군이 솔레이마니를 폭격해 죽게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성명을 통해 “명예로운 이슬람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며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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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지키는 미국 해병대원이 망원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미국방부 제공
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지키는 미국 해병대원이 망원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미국방부 제공
솔레이마니의 사망 보도 직후 트럼프는 평상시와는 달리 자신 트위터에 아무런 설명 없이 미국 국기인 성조기 사진을 게시했다. 사실상 지시를 내린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그를 지난해 10월 자폭한 수니파 극단적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만큼이나 위험한 인물로 간주했다.

솔레이마니, 美대사관·미군시설 습격 배후 지목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모흐센 레자에이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겨냥한 격렬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공습에서 바그다드에 있는 미대사관을 습격하고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숨졌다고 AP·AFP·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PMF는 성명에서 “바그다드 국제공항 도로에 있는 그들의 차량을 미국이 공습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두 달째 이어진 미군시설에 대한 포격, 특히 최근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의 습격과 방화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이며, 이를 사실상 지휘하는 주체로 이란을 지목한 상태다.

사망한 군부 일인자, 차기 지도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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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로이터 자료사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로이터 자료사진
이날 사망한 솔레이마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이자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에 깊이 가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림자 사령관’ ‘정보 총책’으로 불렸다. 이란 통치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이자 차기 국가지도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지원, 지휘를 담당한다. IS 격퇴 작전을 벌일 때 전장에 직접 나가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쿠드스는 2만 정도로 추정되며, 미국은 2007년 이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같이 사망한 알무한디스는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창설자로 시아파 민병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미군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난달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군기지를 포격해 미국 민간인 1명을 살해한 무장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국방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게임이 바뀌었다”며 “이란의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고 충분히 위험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중동의 잠재적 터닝포인트”… 이란, 격렬 보복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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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라크 나자프 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타이어 등을 태우고 있다. 나자프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이라크 나자프 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타이어 등을 태우고 있다. 나자프 AFP연합뉴스
외신들은 특히 솔레이마니에 대한 표적 공습 때문에 이란의 보복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들의 죽음은 중동의 잠재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이란과 이란이 지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에 맞선 중동 세력으로부터 엄혹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솔레이마니에 대한 표적 공습 보도 전에는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대한 폭격 소식도 전해졌다. 바그다드 공항 화물 터미널 인근에서 일어난 공습으로 모두 7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들의 시신이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AFP는 이번 공항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8명이라고 보도했다.

중동 불안 촉발에 국제유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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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무장단체 지지자들이 도로에 미국 국기를 그려넣고 이를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무장단체 지지자들이 도로에 미국 국기를 그려넣고 이를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가운데는 공항의 의전담당관이 있으며 이 의전담당관은 이웃 국가에서 오는 “고위급” 방문객을 마중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공항 경비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고위급” 인사가 누군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날 미군 공습에 따라 중동정세의 불안이 예상되자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할 때 브렌트유는 이날 4.4% 오른 배럴당 69.16달러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도 4.3% 오른 63.85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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