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4월부터 확보 계획 가동

‘亞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4월부터 확보 계획 가동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2-23 15:49
수정 2020-12-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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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도착
아시아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도착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화이자 백신을 처음으로 확보한 국가로 연내 첫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2020.12.21
싱가포르 정부 제공
‘신규확진 1천명’ 최악의 시기에 기민한 행동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한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백신 확보 계획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모범 방역국으로 꼽혔던 싱가포르는 이주노동자 기숙사발 집단감염으로 한때 ‘동남아 최다 발생국’ 오명까지 썼다.

그러나 당시 최악의 상황을 계기로 백신 확보에 총력을 다한 결과 싱가포르는 백신 조기 접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주노동자 집단감염 사태 위기를 교훈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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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싱가포르 이주노동자들
마스크 쓴 싱가포르 이주노동자들 싱가포르에서 지난 7일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웨스트라이트 토 관 기숙사의 격리 공간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0-04-18 19:11:09
23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및 CNA방송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4월부터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4월은 싱가포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겪었던 시기다.

앞서 3월 개학을 강행하면서 지역감염이 늘기 시작한 싱가포르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싱가포르에는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 온 30만명가량의 이주노동자가 주로 기숙사에서 집단 숙식을 하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면서 월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 패널 구성해 구매할 백신 후보 추려내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방역 대응과 함께 백신 확보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첫 단계는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18명의 과학자 및 임상의들로 백신 및 치료법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35개가 넘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들을 점검했다.

패널은 당시 개발 중이던 다양한 백신 방식을 모두 고려했지만, 생산에 더 용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RNA(리보핵산) 방식에 더 주안점을 뒀다.

지난 21일 1차분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공동 개발 백신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이다. 미국 모더나의 백신도 같은 방식이다.

40여개 비공개 협정으로 기밀정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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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도착
아시아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도착 21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운송업체 직원이 수송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화이자 백신을 처음 확보한 국가다. 2020.12.21
DHL 제공
4월말이 되자 싱가포르 정부는 패널이 추천한 백신 후보들에 대해 전략적으로 구매 협상에 나설 ‘백신 및 치료법 기획단’을 구성했다.

최우선 목표는 백신 조기 확보였다.

이들은 강소국 싱가포르 경제의 힘을 십분 활용했다.

레오 입 기획단장은 “백신 개발업체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데 경제개발청(EDB) 관리들의 힘을 빌었다”면서 제약업체는 물론 바이오업체들과 EDB 사이에 형성된 강고한 관계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는 약 40개의 비공개 협정을 맺었다고 전문가 패널의 벤자민 싯 교수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기밀 데이터에 보다 빨리 그리고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즉 발빠른 행동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구매 순서 안 밀리려 계약금 신속 집행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 패널이 안전하고 효과도 95%에 이른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결론을 내린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한 후보물질이 지난달 18일 주사기와 병에 담겨 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 패널이 안전하고 효과도 95%에 이른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간) 결론을 내린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한 후보물질이 지난달 18일 주사기와 병에 담겨 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싱가포르는 6월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와 첫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 계약금도 지불했다.

패널을 이끈 싯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선구매 계약이 아시아에서 첫 백신 확보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싯 교수는 “우리가 백신 구매를 원한다고 해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시장에 대량으로 팔려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백신 구매가 가능하겠느냐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싱가포르를 초기 주문자 대장에 올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싱가포르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중국의 백신 개발업체 시노백 등 최소 2개 업체와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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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약사 화이자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미 제약사 화이자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이후에도 여러 실패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라 다른 백신 후보들을 추리고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양한 백신 후보 업체들과 접촉한 것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식량과 에너지와 같은 필수 자원 확보를 위해 전통적으로 취해왔던 ‘다양화’ 방침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입 단장은 “가장 유망한 백신이라 하더라도 성공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백신 후보들에 대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11개월이 지나 첫 백신이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요행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입 단장은 “이 기간 끊임없이 그리고 조용히 막후에서 노력해 온 수십명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백신 추가 확보 위해 10억 달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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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도착
아시아 첫 화이자 백신, 싱가포르 도착 싱가포르에 21일 아시아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도착한 가운데 현지 당국이 마련한 극저온 백신 저장고. 2020.12.21
싱가포르 정부 제공
싱가포르는 백신 조기 확보에 안주하지 않고 추가로 10억 달러(약 1조 1100억원)를 들여 백신 확보에 계속 매진하고 있다.

전 세계 백신 공급을 목표로 WHO(세계보건기구) 등이 주도하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참여를 비롯해 치료법과 백신의 국내 개발 지원 그리고 싱가포르 내 백신생산 업체들에 대한 장기적 지원 등을 위한 자금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인구 570만 명가량인 싱가포르의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 주문이 협상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EDB 고위 관계자는 많은 제약업체는 싱가포르를 아시아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중심지로 인식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시장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업체들은 그들의 백신을 싱가포르에서 출시하고 접종하는 데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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