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문서 2891건 공개] “케네디 암살범, 범행 두 달 전 KGB 접촉”…증폭되는 음모론

[케네디 암살문서 2891건 공개] “케네디 암살범, 범행 두 달 전 KGB 접촉”…증폭되는 음모론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10-27 22:20
업데이트 2017-10-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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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지나도 암살 배후는 오리무중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2개월 전쯤 옛 소련(러시아)의 정보기관 KGB와 접촉했다는 내용의 문서가 공개됐다. 하지만 소련 정부는 오히려 당시 암살을 린던 존슨(36대 대통령) 미 부통령을 비롯한 미 내부 소행으로 보고, 케네디의 부재에 따른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두려워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케네디 암살 배후에 대한 의혹이 풀리기보다 음모론만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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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범으로 지목된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전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신문들과 카르카노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 댈러스 EPA 연합뉴스
암살범으로 지목된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전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신문들과 카르카노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
댈러스 EPA 연합뉴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공개한 기밀문서 2891건 가운데 미 중앙정보국(CIA)이 암살 다음날인 1963년 11월 23일 작성한 문서에는 오즈월드가 범행 2개월여 전인 9월 28일 멕시코 주재 소련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오즈월드는 KGB 요원인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영사와 어눌한 러시아어로 대화했으며 CIA가 이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 당시 코스티코프 영사는 암살 업무를 담당한 KGB 13호실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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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CIA 문서는 “예민한 임무를 수행하는 KGB 요원이 소련 대사관과 공공연하게 접촉한 것은 흔하지 않다”는 논평까지 곁들여 오즈월드를 KGB 일원으로 분류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오즈월드는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퍼스트레이디인 재클린과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던 케네디 대통령을 소총으로 저격해 암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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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 사진은 공개된 문서들 가운데 1964년 4월 5일자로 케네디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의 멕시코시티 여행 경로를 추적한 내용. 워싱턴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 사진은 공개된 문서들 가운데 1964년 4월 5일자로 케네디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의 멕시코시티 여행 경로를 추적한 내용.
워싱턴 AP 연합뉴스
하지만 오즈월드는 공산주의에 심취해 소련으로 망명했다가 다시 전향하는 등 소련과 연관을 맺고 있던 인물이라 단순히 KGB를 접촉했다는 점만으로 소련 배후설을 뒷받침한다고 결론 내리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오히려 이날 함께 공개된 암살 직후의 미 연방수사국(FBI) 보고서는 “우리 정보원에 따르면 소련 관리들은 대통령 암살로 인한 공백기에 일부 무책임한 미군 장군들이 소련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소련 공산당은 이번 사건을 미국 내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벌인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FBI 문서에는 또 “KGB가 (케네디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고 암살 직후 대통령직을 계승한) 린던 존슨 대통령이 암살 배후임을 지목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첩보도 게재됐다.

당시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의 대화록에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11월 23일 FBI 댈러스 지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암살범으로 체포된 오즈월드를 살해하기 위해 조직된 위원회 멤버’라고 소개하며 암살을 예고하는 전화를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오즈월드는 다음날인 11월 24일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사장이던 잭 루비에 의해 살해됐다. 루비는 자신은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25분 전 영국 신문사인 ‘케임브리지 뉴스’ 기자에게 “미국에서 무엇인가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는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익명의 발신자는 “런던의 미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알려야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내용은 영국 정보기관인 MI5를 거쳐 CIA와 FBI에 전달됐다.

이날 공개에도 불구하고 암살 배후를 명확하게 밝힐 획기적인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일부 기밀문서를 비공개로 해 달라는 CIA와 FBI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주요 문서 200여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10-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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