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값 2배 뛰자 카자흐 시위 ‘불길’… 비상사태 선포·내각 사퇴

LPG값 2배 뛰자 카자흐 시위 ‘불길’… 비상사태 선포·내각 사퇴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1-05 17:26
수정 2022-01-05 22: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성난 시민들, 경찰차에 불지르는 등 과격 시위
경찰, 최루탄·섬광수류탄 발포… 200여명 구금
가격상한제 폐지로 LPG 폭등… 시위 전국 확산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 해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방화한 경찰차가 불타고 있다. 알마티 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 해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방화한 경찰차가 불타고 있다. 알마티 로이터 연합뉴스
카자흐스탄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이 빚어졌고 200여명의 시민이 구금됐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내각은 총사퇴했다.

5일(이하 현지시간) AFP·인테르팍스통신 및 중앙아시아 전문매체 유라시아넷 등에 따르면 전날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서는 정부의 LPG 가격상한제 폐지에 항의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 수는 5000명 이상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 해제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밝혀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있다. 알마티 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 해제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밝혀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있다. 알마티 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는 도심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이 여러 대의 경찰차를 불태우고, 식당과 상점의 창문을 부수면서 과격 시위로 번졌다. 알마티 도심에는 장갑차와 진압 병력이 배치됐다. 경찰은 방패를 휘두르고 최루탄·섬광수류탄을 던지며 시위대에 맞섰다. 시위 지역이 짙은 연기로 뒤덮인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시위는 밤을 새워 새벽까지 이어졌다.

사태가 악화하자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 오전 1시 30분을 기해 알마티와 카스피해 연안 망기스타우 등 일부 지역에 2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이 제한되고 집회·시위도 금지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정부와 군부를 공격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며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아스카르 마민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폭력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아리한 스마일로프 부총리가 임시총리직을 맡는다.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이날 알마티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한 200여명의 시민이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방어벽을 만들고 있다. 알마티 A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방어벽을 만들고 있다. 알마티 AP 연합뉴스
이번 대규모 시위는 정부가 추진한 LPG 가격 인상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가격상한제를 통해 생산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던 LPG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지급 중단하는 작업을 연초에 마무리했다. 석유·천연가스 생산이 주 산업이지만 그에 대한 수요 또한 많은 남서부 망기스타우주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주유소에서 ℓ당 60텡게(약 165원)에 거래되던 LPG 가격이 120텡게로 2배나 급등했다. 차량용 LPG 가격 급등뿐 아니라 이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와 전반적인 물가 급등이 예상되면서 지난 2일부터 이 지역에서 LPG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시작됐다.

정부는 LPG 가격을 ℓ당 85~90텡게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시위대는 종전 가격보다 낮은 50텡게까지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진정되지 않은 항의 시위는 카자흐스탄의 경제 중심지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 등 전국으로 퍼졌다.

카자흐스탄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소련 해체 직전인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가까이 통치했고 지금도 대통령 위의 ‘상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의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전 신고 없는 시위는 불법인 카자흐스탄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은 드문 일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