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시진핑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4-09 23:08
수정 2017-04-10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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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미·중 관계 관리자 이미지 부각
잃은 것-북핵 인식 차… 美 강경입장만 확인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해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정상회담이고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는 회담이었지만 시 주석이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미·중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교정한 것에 있다. 북핵, 무역 등에서 충돌로 치닫던 갈등 양상을 일단 멈춰 놓거나 협력 쪽으로 방향을 틀어 양국 관계의 관리자 이미지를 획득했다는 게 시 주석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카네기칭화센터 폴 해늘 이사는 “시 주석이 양국 관계를 중국에 유익하거나 최소한 해를 끼치지 않는 관계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가 지난 8일자 1면 사진으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꾸부정하게 앉은 트럼프에게 차분하게 뭔가를 설명하는 시 주석의 모습을 고른 것도 관리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언론이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외교, 경제, 인터넷, 사회·인문 등 ‘4개 대화 기제’ 구축을 꼽은 것도 미·중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홍보하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무난하게 치른 시 주석은 올가을 제19차 당 대회 준비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시 주석은 집권 2기 체제를 확립하는 당 대회에서 집권 연장까지 노리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9일 방미 성과를 설명하며 “이번 정상회담은 당 대회를 준비하는 중대 외교행위였다”면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영도하에 대국 외교의 신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의 엄청난 진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역설적으로 시 주석의 내치 강화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시 주석에게 아쉬움도 남겼다. 특히 북핵 문제에서 큰 인식 차를 드러냈다. 대화와 타협에 따른 문제 해결을 관철하기는커녕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것이라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만 직접 확인했다.

만찬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공급 소식을 전해 들은 시 주석이 “공습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며 “미국의 무력 사용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도 중국이 군사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등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 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았던 ‘신형대국 관계’를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언급하지 않아 미·중 관계를 대등한 반열에 올리려는 시 주석의 목표 실현은 뒤로 미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지 않은 것도 시 주석으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싱가포르국립대 황징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시 주석과 중국을 다시 공격해 정상회담 성과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4-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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