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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AK-47 쏘는 우크라 의원 “전쟁 이긴 한국, 우리의 희망”

[영상] AK-47 쏘는 우크라 의원 “전쟁 이긴 한국, 우리의 희망”

오달란 기자
오달란, 윤연정 기자
입력 2022-03-10 17:17
업데이트 2022-03-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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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의원 유라시, 한국 언론과 첫 인터뷰
러, 키이우 동북서 포위 후 보급로 차단 시도
부패 정권에 실망해 젤렌스키 신당에 합류
“전쟁 겪고도 경제·문화강국된 한국 놀라워”

검은색 롱코트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시내를 순찰하는 키다리 청년이 있다. 어깨에 멘 AK-47 소총과 가슴팍을 조인 방탄조끼가 청년의 해맑은 웃음과 대조를 이룬다. 2년 전 24살의 나이에 우크라이나 역대 최연소 의원 타이틀을 얻은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26)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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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신문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 우크라이나 최연소 의원. 언론인 출신인 유라시 의원은 여당인 ‘국민의 종’ 소속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선거 캠프 활동을 계기로 2019년 정치에 입문했다. 2022.3.10
지난 8일 서울신문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 우크라이나 최연소 의원. 언론인 출신인 유라시 의원은 여당인 ‘국민의 종’ 소속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선거 캠프 활동을 계기로 2019년 정치에 입문했다. 2022.3.10
불과 2주 전만 해도 책상 앞에서 법안을 만들던 유라시 의원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무장 지원병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 알 길 없는 사지에 자신을 내던진 그를 지난 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라시 의원이 전한 키이우 상황은 심각했다. 그는 “키이우 북쪽과 동쪽은 러시아군의 통제에 넘어갔고 서쪽까지 둘러싼 형국이어서 서쪽 보급로를 지키기 위한 잦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시내에는 수백만명의 시민이 남아 항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라시 의원은 “아무도 안전하지 않고 무기부터 모든 물자가 부족하지만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싸우고 시민들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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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방위에 나선 우크라 의원
수도 방위에 나선 우크라 의원 우크라이나 역대 최연소 의원인 국민의종 소속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 의원이 AK-47 소총을 들고 키이우 도심을 지키고 있다. 2022.3.7
트위터 캡처
며칠째 쪽잠을 자고 하루 한 끼 정도로 끼니를 때운다는 그는 지치고 해쓱해 보였지만 눈빛과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총을 든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라며 “사회 꼭대기에 있는 지도자부터 평범한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러시아를 몰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전 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 공개한 우크라 대통령
개전 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 공개한 우크라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젤렌스키 페이스북
정치·문화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었던 유라시 의원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패 정권에 실망한 후 ‘새로운 정치’를 선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민의 종’에 합류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이번 전쟁에서 ‘저항의 상징’으로서 정신력과 의지, 역량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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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 의원은 본인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웃는다. 우리는 싸운다. 우리는 이긴다”, “수도를 중심으로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키이우는 키예프(러시아식 표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2022.3.10  유라시 의원 트위터 캡처
지난 9일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 의원은 본인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웃는다. 우리는 싸운다. 우리는 이긴다”, “수도를 중심으로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키이우는 키예프(러시아식 표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2022.3.10
유라시 의원 트위터 캡처
유라시 의원은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영토 침공”이라며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의 침략 행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키이우 탈출하는 버스서 차창 내다보는 우크라 어린이
키이우 탈출하는 버스서 차창 내다보는 우크라 어린이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시민을 싣고 대피 중인 버스 안에서 한 어린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민간 산부인과 병원에 공습을 가하는 등 전쟁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2.3.10
AP 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의 제재에 감사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유라시 의원은 호소했다. 그는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어린이들의 사진을 봤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공군력을 빼앗는 것이야말로 도덕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결정”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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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음식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차 회담을 통해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음식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차 회담을 통해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유라시 의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것은 특별히 감사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한국은 전쟁의 참상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경제·문화 강국으로 거듭난 놀라운 성공사례”라며 “우리처럼 비극을 겪는 나라도 언젠가 정상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이자 본보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를 재건할 때 한국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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