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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도 영국 그 자체였다

떠날 때도 영국 그 자체였다

김소라 기자
김소라, 백민경 기자
입력 2022-09-19 22:12
업데이트 2022-09-2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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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세기의 장례식

웨스트민스터사원서 국장 엄수
세계 각국 정상·왕족 500명 참석
수백만 인파, 퀸 마지막 길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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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퀸
굿바이 퀸 역대 최장기 재임 군주로 지난 70년간 영국을 다스리다 96세의 일기로 지난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거행된 국장이 끝난 뒤 윈저성 세인트조지교회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돼 일반 조문객의 참배를 받았던 여왕의 관이 근위대에 의해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런던 AFP 연합뉴스
영국 최장 재위(70년) 군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엄수됐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은 여왕이 즉위 1년여 만인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장소이자 1947년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역사 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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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제복의 영국 근위대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홀 바깥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해군 부대 포차에 올려 운구하고 있다. 운구 행렬에는 해군 병사 142명이 함께했다. 런던 AFP 연합뉴스
붉은 제복의 영국 근위대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홀 바깥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해군 부대 포차에 올려 운구하고 있다. 운구 행렬에는 해군 병사 142명이 함께했다. 런던 AFP 연합뉴스
이날 오전 11시 55분 웨스트민스터사원에는 ‘마지막 임무’라는 뜻의 ‘라스트 포스트’ 나팔 연주가 울려 퍼졌다. 묵직한 연주가 끝나자 그들의 퀸을 보내는 ‘2분간의 묵념’이 이어졌다. 군인도, 경찰관도, 행인도 잠시 서서 눈을 감았다. 장례식 당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영국 전역의 기업·영업장이 문을 닫았고, 런던 증시도 휴장했다. 여왕을 배웅하기 위해 영국이 잠시 멈춰 섰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 만에 국장으로 거행된 이날 ‘세기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명을 포함한 2000명이 참석했다. 런던에는 수백만명이 장례 행렬을 직접 보기 위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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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에 왕위에 오른 찰스 3세 국왕과 윌리엄·해리 왕자 등 영국 왕실 일가가 군복 차림으로 운구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뒤따르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74세에 왕위에 오른 찰스 3세 국왕과 윌리엄·해리 왕자 등 영국 왕실 일가가 군복 차림으로 운구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뒤따르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영국 메트로폴리탄 경찰은 이날 “단일 이벤트로는 2012 런던올림픽과 지난 6월 플래티넘 주빌리(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보다 큰 보안 작전”이라고 밝혔고, 일간지 더 타임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회담”이라고 전했다.



나흘간 웨스트민스터홀에서 30만명의 일반인 참배를 마친 여왕의 관은 약 5분 거리인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옮겨지면서 영면을 향한 마지막 여정에 최종적으로 올랐다.

장례식에 앞서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는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리며 1분에 한 차례씩 96차례 종소리가 울렸다. 장례식을 집전한 데이비드 호일 웨스트민스터사원 사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결혼하고 대관식을 올린 이곳에 우리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긴 생애와 헌신을 추모하며, 그를 주님의 자비로운 품속으로 보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설교하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성경을 봉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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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약 5분 거리인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수많은 일반인 조문객들이 몰려 안전 펜스 뒤에서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약 5분 거리인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수많은 일반인 조문객들이 몰려 안전 펜스 뒤에서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9월 중순의 새벽 날씨가 비교적 쌀쌀했지만, 조문객 상당수는 전날 밤부터 런던에 도착했다. 해가 뜨기도 전부터 운구 행렬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잡기도 했다. 런던에서 약 100㎞ 떨어진 베리세인트에드먼드에서 하루 전에 런던에 도착했다는 한 형제는 BBC방송에 “자리 잡기가 (런던 최대 축구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의 VIP석을 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왕실 백파이프 연주자가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는 자장가를 연주하는 것을 끝으로 정오를 조금 넘겨 막을 내렸다. 이후 여왕의 관은 장례 행렬과 함께 웨스트민스터사원을 떠나 웰링턴아치까지 런던 중심을 약 2㎞ 행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74세 큰아들 찰스 3세 국왕과 왕실 인사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이후 여왕의 관은 윈저성의 세인트조지교회 지하 납골당에 안장됐다.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 필립공의 옆자리였다.

1952년 만 25세의 나이로 국왕에 즉위한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렸던 영국 식민지들의 독립, 전후의 궁핍, 냉전과 공산주의 몰락, 유럽연합(EU)의 창설과 영국의 탈퇴 등 역사의 격변을 두루 겪었다. 군주제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여왕은 평생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신중한 언행과 검소한 생활 태도로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11일간의 장례 일정 동안 영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추모 열기가 이어졌을 정도다.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는 내년 대관식을 열 예정이다. 여왕 서거를 계기로 군주제 폐지 논의, 영국의 식민지였던 영연방 일각의 탈퇴 주장이 잇따를 조짐을 보여 찰스 3세 국왕이 만만찮은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소라 기자
백민경 기자
2022-09-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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