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日,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해야”

메르켈 “日,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해야”

김민희 기자
입력 2015-03-11 04:35
업데이트 2015-03-1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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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에 이틀째 쓴소리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전날 과거사 직시를 우회적으로 주문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아베 신조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화해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오카다 대표가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군 위안부 발언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아베 정권에 직접적으로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또 ‘종전 70년을 맞이하지만 중국, 한국과의 화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오카다 대표의 말에 “자신의 문제로서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과거와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날의 발언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도쿄대공습 70주년 추도법회에 참석해 “과거와 겸허하게 마주하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며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15 추도사에서도 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나라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표현이 있다.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로 천 냥의 큰 빚을 갚는다는 것으로 그런 정도로 우리나라 민족은 관용적”이라며 “정부는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을 통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신뢰를 쌓아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코너 몰린 日 “독일과 단순 비교는 부적절”

독일 총리 과거사 인식 비판에 당혹감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과거를 정리하는 것은 화해를 위한 전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등 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해 연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자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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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공습 70주기 법회 간 아베 총리
도쿄대공습 70주기 법회 간 아베 총리 아베 신조(앞줄 왼쪽)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도 위령협회 주최로 열린 ‘도쿄대공습 70주기 추도법회’에 참석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도쿄대공습은 1945년 3월 10일 미국 폭격기 300여대가 대량의 소이탄을 도쿄에 투하해 약 10만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현직 대사로는 20년 만에 행사에 참석했다.
도쿄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0일 기자들에게 “일본과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어떤 상황하에서 전후 처리에 임했는지, 어느 국가가 주변국인지 등의 경위가 달라 양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며 독일과 일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의 ‘과거사 직시’ 언급에 대해 “일본으로서도 중국, 한국이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며 (한국과는)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있다”고 반응했다. 스가 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화해 언급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정상회담에서 역사에 관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일부 언론은 메르켈 총리가 정상회담 중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총리가 일본 순방에서 이처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함에 따라 전후 70주년을 맞는 올해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2012년 12월 취임 이후 2년 연속 패전일인 8월 15일 주변국에 대한 가해 사실과 반성, 부전(不戰)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던 아베 총리가 이날 도쿄대공습 추모법회에서 “과거에 겸허하게 마주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일본 내 보수·우익 진영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오는 8월 아베 총리가 발표할 ‘아베 담화’의 전문가 모임 좌장 대리를 맡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 고쿠사이대학 학장은 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본은 침략전쟁을 했고, 매우 심한 일을 한 것은 분명하다”며 “아베 총리가 ‘일본은 침략했다’고 반드시 말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타오카 학장은 지난해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안보법제 간담회의 좌장 대리를 맡는 등 아베 총리의 측근 학자로 알려져 있다. 보수 성향인 기타오카 학장의 이례적인 발언을 아베 총리가 얼마나 반영할지 관심이 쏠린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타오카 학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는 간담회 위원의 의견에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논평을 회피했다.

또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80)는 독일의 전례를 따라 일본 내 원전 재가동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지자 메르켈 총리는 2022년까지 독일 내 원전 전면 철폐를 목표로 단계적 원전 가동 중단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전날 아사히신문 주최 강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고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소신을 더 확신하게 됐다”고 발언했다. 오에는 이 발언과 아베 정권의 핵 원자로 재가동 추진 정책을 비교했다. 오에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라면서 “우리는 후손들에게 원전 문제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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