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정치인이 선거에서 유리하다?

키 큰 정치인이 선거에서 유리하다?

입력 2011-08-19 00:00
업데이트 2011-08-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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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맨’ 출간

호주 퀸즐랜드 주 의원인 하즈날 반은 정치 입문 전에 두 다리를 부러뜨려 키를 8㎝가량 늘리는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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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 정치인은 2009년 영국 일간지 ‘타임스’를 통해 “나는 사람들이 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라고, 내가 지역사회에서 정치인으로서 기여하는 일들로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 키 큰 정치인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여러 정치학자가 언급한 잘 알려진 통념이다. 정치인의 큰 키와 건장한 체격 등이 정치 수행 능력과 곧바로 연결되지 않음에도 유권자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자인 마크 판 퓌흐트 암스테르담 자유대 교수와 ‘타임스’의 과학 칼럼니스트 안자나 아후자는 책 ‘빅맨’(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원제 ‘Selected’)에서 이것이 현대인에게 남은 ‘원시적 뇌’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화가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원시의 뇌가 남아있고, 이 뇌는 약탈자로부터 부족을 지켜줄 수 있는 큰 키와 다부진 턱, 관대하고 용맹한 성격 등을 지닌 원시시대 리더상을 여전히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리더십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한 실험에서 여러 명의 사람을 모아 팀별로 게임을 하게 하자 참가자들이 평균 25초 만에 자발적으로 팀의 리더를 선택하고 각자의 포지션을 정했다고 한다.

인간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 속에서 자연선택된 행동 본능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따르도록’ 설정이 돼 있어 리더십이 소수의 전유물이라면 팔로워십은 다수의 선택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키 큰 정치인을 선호하는 사례와 같이 원시의 리더상이 여전히 현대인의 두뇌 속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리더 선택의 부조화’를 낳는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에 두뇌 진화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사바나에서 공격자와 약탈자에게서 우리를 보호해줄 빅맨을 선택할 때와 유사한 기준으로 리더를 선택한다. (중략) 사바나 특성에 집중하게 되면 검증된 능력을 갖춘 더 훌륭한 리더 후보를 알아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221쪽)

저자들은 이런 비합리적인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진화 리더십 이론을 바탕으로 21세기 리더십을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전하고 있다.

’영웅적인 리더십을 조심하라’ ‘팔로워의 이익을 생각하라’ ‘내부에서 리더를 찾으라’ ‘지나친 자기애,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의 3대 악을 피하라’ 등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진화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인간의 리더십과 팔로워십 역시 그 속도를 성실하게 따라잡아야 할 것”이라며 “미래 세대의 생존은 이제 빅맨 시대의 후예인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수경 옮김. 352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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