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민중의 삶’ 거침없이 파헤친 모옌의 작품세계

’민중의 삶’ 거침없이 파헤친 모옌의 작품세계

입력 2012-10-12 00:00
업데이트 2012-10-12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소설은 사람을 쓰는 것…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

중국 국적의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모옌(莫言)은 ‘중국의 윌리엄 포크너’로 불리는 자국내 근현대문학의 대표작가다.

30년 넘게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써온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무렵부터 최근까지 중국의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온 민중의 삶을 거침없이 그렸다.

모옌은 중국 농촌을 주 무대로 다루면서도 가난한 현실을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농민과 하층민을 사회의 중추적 세력으로 등장시키며 마술적 리얼리즘을 가미한 작품을 연달아 내놨다.

작품에는 늘 고향이 등장하고 짙은 향토색과 함께 걸쭉한 사투리가 나온다.

외국 독자를 포함한 독자들에게는 이해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모옌 문학의 중국적 특색이 드러나는 핵심적 요소다.

모옌은 2005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향은 아주 중요한 창작의 원천”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작가에게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 작품의 품격을 이루는 것은 유년기의 생활”이라며 “소설 속의 고향은 실제 고향과는 좀 다르지만 작품 속 고향에는 작가의 이념, 사상, 상상력이 부과돼 있다”고 말했다.

모옌은 소설에서 인간의 인성 묘사에 집중해 왔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을 배경으로 한 소설 ‘개구리’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모옌은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고 썼다.

그는 인간의 외로움과 공포, 이기심, 잔인함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한편 인간이 지닌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희망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인간을 억압하는 계급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노동자·농민을 대하는 공산주의 체제의 허위를 폭로하고 관료주의를 공격한다.

전형준 서울대 중문과 교수는 “모옌의 작품은 민중성, 원초성, 환상성으로 요약할 수 있고 대체로 중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엄에서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중국 농촌이라는 현실과 역사로부터 그의 소설이 나온 것인 만큼 단순히 마술적 리얼리즘의 영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중국 농촌이 모옌 작품의 뿌리지만 이것은 단순히 중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넓은 의미에서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남 덕성여대 중어중문과 교수는 “중국에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지만 대부분 현대성의 측면에서 작품을 써온 데 비해 모옌은 중국 동북지역을 대상으로 중국적인 역사와 삶의 가치 문제에 천착해온 점이 수상 배경이 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모옌이 짙은 북방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민중의 삶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펼치는 동시에 전통적 리얼리즘에 국한되지 않고 분방하게 서사를 끌어나가면서 자유로운 스타일을 구사해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고 평했다.

모옌은 베이징에 거주하면서 해외에 다니는 일이 잦지만 창작에 집중할 때는 수수가 붉게 익어가는 고향에 내려간다고 한다.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한 이래 30년 넘게 왕성히 글을 써왔지만 여전히 그의 창작의 원천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고향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모옌은 본명이 관머우예(管謨業)지만 창작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으로는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이라는 필명을 써왔다. 어릴 때부터 말이 너무 많아 주변에서 말을 줄이라고 혼이 난 적이 많아 이런 필명을 쓴다고 한다.

2007년엔 중국 문학평론가 10인이 선정한 중국 대표작가 1위에 올랐다. 장이모우(張藝謀)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널리 알려진 ‘붉은 수수밭’이 포함된 1987년작 ‘홍까오량 가족’(문학과지성사)을 비롯해 ‘개구리’(민음사),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문학동네), ‘인생은 고달파’(창비) 등의 주요 작품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