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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일구고 피로써 신앙 지킨 순교자 124위>

<한국천주교 일구고 피로써 신앙 지킨 순교자 124위>

입력 2014-08-16 00:00
업데이트 2014-08-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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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기해·병인박해 순교자가 대부분…윤지충·정약종 등 포함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16일 복자(福者)로 선포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는 조선 왕조 때 숨진 천주교 순교자들이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병인박해 순교자 103위를 성인으로 시성했지만, 선교사들이 국내에 파견되기 전에 한국 천주교회를 일궈낸 인물들은 당시 누락됐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순교자들은 신해박해(1791)부터 병인박해(1866)까지 순교한 초기 한국천주교의 신자들이다. 이들은 제2차 시복시성 대상자들이지만 시대로는 오히려 103위 성인보다도 앞선다.

124위의 순교 시기를 보면 첫 대규모 박해로 기록된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가 53명으로 가장 많고, 기해박해(1839)를 전후한 순교자 37명, 병인박해 순교자 20명,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가 14명이다.

순교 지역별 순교자 수는 한양(서울)이 38위이며, 경상도 29위, 전라도 24위, 충청도 18위, 경기도 12위, 강원도 3위이다.

124위의 축일(기념일)은 5월 29일이다. 이들 순교자 중 5위(이일언, 신태보, 이태권, 정태봉, 김대권)가 전라도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한 1839년 5월 29일을 기리는 것이다.

나이로는 12세 이봉금이 최연소 순교자이며,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의 증조부인 김진후가 75세로 최고령자다.

이들 가운데 첫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은 이종사촌이다. 전라도 진산 출신으로 1790년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교회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신주를 불사르고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렀다가 체포령을 내려지자 자수했다.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중국인 주문모 신부는 조선에 입국한 첫 성직자다. 구베아 주교의 파견으로 조선인으로 변장하고 1794년 입국했다. 강완숙 집에 숨어 지내면서 성사를 집전해 6년 만에 조선교회 신자 수를 1만 명으로 늘리는 데 큰 공로를 세웠다. 신유박해 때 귀국을 결심했다가 순교하기로 마음먹고 자수했다. 새남터에서 효수형에 처해졌다.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인 정약종은 성 정하상 바오로와 성녀 정정혜 엘리사벳의 아버지다. 형 약전에게 교리를 배우고 가톨릭에 입교했다.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 2권을 집필해 주문모 신부의 인가를 얻어 교우들에게 보급했고 평신도 단체 ‘명도회’ 초대 회장을 지내다 1801년 순교했다.

충청도 내포 사람인 강완숙은 오늘날까지 여성 평신도의 본보기로 존경받는다. 입교 후 한양으로 옮겨 주문모 신부를 도와 초대 여회장으로 활약했다. 자신의 집을 주 신부의 피신처 겸 집회 장소로 제공했다가 서소문에서 참수됐다.

전라도의 첫 신자 유항검은 양반 가문 출신이다. 초기 한국천주교에서 평신도가 성직자 대신 미사와 성사를 맡는 가성직제도(假聖職制度)에 따라 성직자로 활동했다. 주문모 신부를 호남으로 데려가 성무 집행을 보조해 ‘호남의 사도’라 불린다.

유항검의 아들 부부인 유중철·이순이는 주문모 신부에게 동정 생활의 뜻을 전하고 결혼 뒤에도 오누이처럼 지냈다. 유중철은 아내에게 보낸 서한에서 “누이여,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주교구에서는 매년 가을 이들을 기리는 ‘요안 루갈다제’를 연다.

이성례 마리아는 최경환 성인의 부인이자 별도의 시복 절차 중에 있는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이다. 박해를 피해 자주 이사를 하면서도 성경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남편을 도와 교우촌 개척에 힘썼다.

투옥 후 남편이 순교하고 젖먹이 막내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배교하고 석방됐다가 장남 최양업이 중국에 유학 중인 신학생인 사실이 드러나 다시 수감됐다. 처형 전 면회 온 자식들에게 “형장에 오지 마라”는 말을 남긴 뒤 당고개에서 참수됐다. 지금의 당고개 순교성지는 이성례 마리아를 테마로 조성된 것이다.

이번 시복식은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사목회의’가 열린 지 30주년이자 103위 성인 시성 30주년에 열리는 것이어서 천주교에서는 더욱 뜻깊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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