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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충무로 황금기 이끈 배창호 감독

80년대 충무로 황금기 이끈 배창호 감독

입력 2015-06-01 09:46
업데이트 2015-06-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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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지하철 승강장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난 배창호(62) 감독은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을 만들어 1980년대 충무로 황금기를 앞에서 이끈 감독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인의 삶을 꿈꿨던 배 감독은 종합상사의 아프리카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 1980년 ‘별들의 고향’의 이장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충무로에 첫발을 디뎠다.

’꼬방동네 사람들’로 데뷔한 이후 배 감독은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황진이’ 등 1980년대를 대표할 만한 영화를 다수 만들었다.

이 시기 그의 영화들은 ‘청춘’의 상징이었다.

소심한 병태(김수철)와 자유로운 영혼 민우(안성기)가 벙어리 처녀 춘자(이미숙)의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고래사냥’은 혼란 속에 방황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청춘을 그린 그의 대표작이다.

두 영화를 비롯해 배 감독의 영화 대부분에 등장한 안성기는 배 감독의 페르소나로 여겨진다.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으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그는 그를 발판으로 만든 ‘고래사냥2’를 개봉한 이후에 상업영화 감독에서 영화적 완성도를 더 고민하는 감독으로의 전환점을 맞았다.

’여배우 트로이카’의 한 명인 장미희가 황진이로 분한 1986년작 ‘황진이’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부의 스캔들을 그리는 대신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황진이의 삶을 다뤘다. 이 영화는 흥행 여부와 별개로 영화적으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기쁜 우리 젊은 날’로 한 남자(안성기)가 한 여자(황신혜)를 평생 바라보는 사랑을 그리며 스러지지 않는 청춘과 사랑을 그려내 호평받았다.

1990년대 들어서도 배 감독의 실험은 계속됐다. 이정재·신은경 주연의 ‘젊은 남자’, 아내인 배우 김유미와 호흡을 맞춘 ‘러브스토리’, 역시 김유미 주연의 ‘정’을 만들었다.

2001년 이미연·이정재 주연의 ‘흑수선’은 현대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원인을 전쟁의 비극에서 찾는 미스터리 액션 영화로 제작비 40여억원이 투입된 ‘대작’이었으나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영화산업 전반이 충무로 제작사 중심에서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원로 감독들 대부분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관객이 배 감독의 작품을 만날 기회도 뜸해졌지만, 배 감독은 비교적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독립영화 시스템 아래서 만든 ‘길’을 2006년 개봉했고 2009년에는 다른 4명의 감독과 함께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아리랑TV의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건국대 영화학과 개설 준비를 책임졌고 교수로 강단에 섰다.

배 감독은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자신이 연출한 ‘러브스토리’, ‘길’은 물론이고,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에 출연했고 윤성호 감독이 만든 단편 ‘두근두근 배창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의 영화 작업도 올해 1월 개봉한 ‘워킹걸’에 단역 배우로 출연한 것이다.

배 감독은 이날 사고에 앞서 영화 작업 준비를 하면서 힘겨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 감독의 가족은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다음 준비를 하면서 수개월간 수면장애를 겪어왔지만 이 정도로 예민하고 힘든 상황이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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