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평 - 이근배·한분순
시조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한분순(왼쪽)·이근배 시인이 올해 시조 응모작들의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오장환 기자
당선권으로 주시를 받은 ‘진달래역’ 시편이 있다. 꽃은 물질이면서 추상처럼 홀리는 피조물로 시 문학 속성을 닮았다. 시인은 낙화조차 개화로 비약시키는 존재여야 하며 그 사유의 동력을 보여 주었다. 더하여 당선권에 든 ‘어떤 단역 배우’, 사물의 은닉된 창의를 다면적으로 구현해 내었다. 객체와 그것을 묘사하는 낱말의 뉘앙스를 감각적으로 호응시킨 솜씨가 돋보인다. 텍스트에 덧입힌 어휘의 텍스처로 자아낸 입체가 놓여 있다.
신춘문예. 신춘이며, 문예이다. 당선을 위하여 계산적으로 쓰는 기교가 아니다. 문학에의 정성이 아닌, 당선에의 공식이 있는 것처럼 엇비슷하게 써 낸 시편이 많았다. 작법 어투와 테제의 재료가 유사하다. 문체는 세계관으로부터 나온다. 작가라면 그만의 시선이 있어야 한다.
달라진 시대정신과 개인 감성에 닿아야 현대 문학이다. 곁들여 서정과 참여로 전통과 현대를 나눠 왔던, 시조 장르의 타성을 혁신해야 한다. 시조에서 운율은 왈츠, 힙합의 랩, 응원 박수 그렇게 본능이 친밀하게 느끼는 리듬이다. 그 위에서 결구의 힘과 여운이 근사한 시로 가다듬어야 한다.
사랑조차 자극되지 않는 삶에 시는 귀하다. 신춘문예로 만난 문학의 새로운 연인들을 기쁘게 바라본다.
2023-01-02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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