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있게, 날카롭게… 소설에 던지는 질문, 그 단단함의 힘

뚝심 있게, 날카롭게… 소설에 던지는 질문, 그 단단함의 힘

입력 2023-01-01 17:32
수정 2023-01-0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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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평 - 유성호·이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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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부문을 심사한 유성호(왼쪽)·이경수 문학평론가가 올해 응모가 늘어난 작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평론 부문을 심사한 유성호(왼쪽)·이경수 문학평론가가 올해 응모가 늘어난 작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예년에 비해 평론 부문 응모작이 다소 늘어 반가웠다. 대상 작가나 시인이 전반적으로 젊어졌고 이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다만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 내면서도 이 시대 문학에 대해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는 글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작품을 설득력 있게 읽어 내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내는 것도 평론의 역할임을 되새기면서 심사위원들은 작품에 대한 탄탄한 해석을 토대로 자신의 사유를 펼쳐 나가는 글에 특히 주목했다.

최종적으로 세 편의 글을 앞에 두고 숙의를 거친 끝에 이근희의 ‘소설, 시간을 저버리지 않는’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정지돈, 박솔뫼, 윤해서의 소설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치하게 분석하면서 각 소설의 차이를 짚어 주는 이 글은 오늘의 소설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펼쳐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단한 문장과 구성력을 바탕으로 소설이라는 글쓰기에 대한 질문을 뚝심 있게 끌고 가는 힘이 느껴졌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신진 비평가의 등장을 축하한다.

임희선의 ‘섬광처럼 들어오는 ‘선명한 망각’과 울긋불긋 양산되는 ‘불의 기억’’은 색채 이미지가 두드러진 진은영 시의 특징을 섬세하게 포착한 미덕을 지니고 있었지만 최근 시집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미진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경인의 ‘미안한 것은 미안해하기로, 고마운 일은 고마워하기로’는 분노의 시대에 이주란의 작품 세계가 보여 주는 의미를 해석하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으나 글의 구성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당선의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장점을 찾아 읽으려 애쓴 글들이 여럿 있었다. 좀더 무르익은 묵직한 문제의식을 지닌 글로 머지않아 지면에서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3-01-02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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