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그랜드 투어’를 연출한 미겔 고메스 감독.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한국은 특별한 영화의 나라죠. 정말 훌륭한 감독들이 있고, 포르투갈에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26일 개봉한 ‘그랜드 투어’를 연출한 포르투갈의 미겔 고메스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영화 개봉을 맞아 배급사에서 공개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훌륭한 감독’으로 홍상수를 꼽았다. 홍 감독의 영화에 대해 “매우 독특하고 천재적인 구조의 결합”이라며 “영화 속 변주와 반복은 수학적으로 매우 치밀해 보이면서 동시에 매우 자유롭다. 그의 작품은 영화사에서 위대하게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영화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다. 20세기 초 대영제국 시절, 결혼을 원하는 여자와 이를 피하려는 남자가 아시아에서 쫓고 쫓기는 내용이다. 고메스 감독은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의 두 페이지 분량을 글을 읽다가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책의 내용처럼 영화는 1920년대 한 영국 남자가 여성과 사귀다가 여성에게서 “이제 결혼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에 돌연 겁을 먹고 싱가포르로 도망가고, 이를 따라온 여자를 피해 다른 나라로 도망치는 내용이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등의 풍경과 아름다운 영화 장면이 잇따라 등장한다. 고메스 감독은 “영화는 여행의 경로를 따라간다”면서 “한국이 없는 건 미안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영화 ‘그랜드 투어’ 한 장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아시아의 재창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나무 숲, 태국의 열대우림, 방콕의 왕궁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이 장소들은 스튜디오를 만들어 촬영해 인공적인 느낌을 내고, 실제 장소들은 바깥에서 촬영해 둘을 조합했다.
영화는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흑백 필름으로 찍었다. 그는 “(스튜디오와 외부 촬영의) 2개의 다른 이미지를 결합하려면 흑백으로 찍어야 했다. 흑백은 이미지의 모든 층(레이어)을 통합하는 효과가 있다. 16㎜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빛에 워낙 민감해 밤이나 어두운 곳 촬영에서는 어쩔 수 없이 컬러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자기의 연출법과 관련 “그냥 단지 아름다우면 족하다. 때로는 논리적일 필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 때 일화도 소개했다. “칸에서 30분 거리의 섬으로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을 데리고 피크닉을 갔는데, 프로듀서가 갑자기 ‘당장 돌아오라’고 하길래 그제야 상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면서 “어떤 상인지도 몰랐지만, 상을 받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의미여서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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