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쏟아질때 경복궁 근정전 걸어보라

비가 주룩주룩 쏟아질때 경복궁 근정전 걸어보라

입력 2013-02-02 00:00
업데이트 2013-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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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조선의 정체성/ 박석희 등 지음·미다스북스 펴냄

비교적 사료가 많고 시대가 가깝다 보니 조선에 대한 대중교양서들은 정말 차고도 넘쳐난다. 그리고 그 책들은 역사적 향에 취하다 보니 그윽한 시선들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조선의 정체성’(박석희 등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은 저자들이 관광전문가여서 그런지 철저하게 경복궁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왕조실록을 인용하면서도 세종을 드라마 주인공으로 내세운 ‘뿌리 깊은 나무’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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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 앞 박석. 후대 사람들은 햇볕의 난반사로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거나, 비 올 때는 배수를 쉽게 해준다는 등 인간적 해석을 선호한다. 그런데 혹시 울퉁불퉁한 땅 때문에 이동할 때 왕 앞에서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려는 장치는 아니었을까.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근정전을 제일 보기 좋은 때가 비 올 때라는 관리인의 말을 듣고 ‘인생도처유상수’를 읊었듯, 저자들 역시 비가 주룩주룩 쏟아질 때 근정전 앞마당을 보는 것이 최고의 멋이라 했다. 미다스북스 제공
경복궁 근정전 앞 박석. 후대 사람들은 햇볕의 난반사로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거나, 비 올 때는 배수를 쉽게 해준다는 등 인간적 해석을 선호한다. 그런데 혹시 울퉁불퉁한 땅 때문에 이동할 때 왕 앞에서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려는 장치는 아니었을까.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근정전을 제일 보기 좋은 때가 비 올 때라는 관리인의 말을 듣고 ‘인생도처유상수’를 읊었듯, 저자들 역시 비가 주룩주룩 쏟아질 때 근정전 앞마당을 보는 것이 최고의 멋이라 했다.
미다스북스 제공


그래서 공간, 상징물, 역사를 둘러싼 소소한 얘깃 거리들이 좋다. 세종을 부각시키는 것은 왕자의 난 등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가 끝나고 명실상부한 법궁으로서 경복궁이 기능하는 것이 세종 때여서다. 그러니까 이전 왕까지는 경복궁을 짓고 수리하고 유지는 했지만 정치적 혼란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세종 때 비로소 모든 공간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조성된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을 등장시킨 것도 단순히 조선시대의 위대한 임금이라서가 아니라 경복궁을 법궁으로 쓴 왕인데다, 취임 일성이 “의논하자”였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태도를 취한 임금이어서 광장의 정신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광화문 바깥 해태상은 불을 막아주는 상징물 정도로 알려져있다. 실용적 목적도 있다.

말에서 내려야 하는 지점을 표시하는 하마비였다. 임금이 정사를 보던 근정전 천장에는 용 두마리가 있다. 발톱이 일곱인 칠조룡이다. 알려졌다시피 용, 그것도 황룡, 거기다 그 황룡의 발톱은 천자와 왕과 제후를 구분하는 기준이었다. 흥선대원군이 왜 이렇게 중건해뒀는지, 궁금증이 남아 있다.

재밌는 점은 또 이 칠조룡을 잘 보려면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의 왼팔과 오른팔이 되어야 비로소 용안을 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관광전문가로서의 제안도 흥미롭다. 왕궁에 들어간다는 것은 일종의 체험이기 때문에 출입구를 되도록이면 광화문 한 곳으로 통일시키자고 제안한다. 또 지금의 수정전은 세종 당시 집현전이었던 만큼 도서관이나 학술, 문화행사 공간으로 만들어 그 뜻을 이어가자고도 한다.

독립기념관 한구석에 있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아치지붕을 원래 위치로 옮겨와 역사적 과오를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 공간으로 만들고, 세종의 과학기술이 총집결된 흠경각을 대대적으로 확대하자고도 주장한다. 2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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