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
곧 추석 명절인데, 우울한 뉴스만 난무한다.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북·미 두 정상은 한반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국내 정치판의 이전투구는 갈수록 심화되고, 상상초월 살인 사건 등이 수시로 벌어지면서 한국 사회는 지금 풍전등화 같다. 소시민들을 더 우울하게 하는 뉴스도 있다. 한국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 대출 보유자가 2015년 9월 기준으로 1800만명에 달한다. 국내 19세 이상 성인은 4100만명인데, 그중 무려 43%가 금융권에 빚이 있다는 말이다. 이들이 대출한 돈은 약 1400조원. 대출 없으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대출 공화국’이라는 말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금융권은 어떤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이른바 ‘약탈적 대출’을 남발했다. 그리고는 얼굴빛을 바꾼다. 상환 못 할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압류 등의 방법으로 소시민들을 울린다. 휘청거릴 때는 공적자금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축내더니, 정작 자신들을 살려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은행은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계속 보유하면 금융당국의 제재와 함께 부실에 따른 위험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은행은 제재와 대손충당금 적립을 피하고자 부실채권을 대부업체에 ‘땡처리’로 매각한다.
여기서 끝일 리 없다. 대부업체는 3~5%의 헐값으로 부실채권을 사면서도 원금과 연체이자, 법정비용까지 채무자에게 물린다. 은행에서 빚을 냈을 뿐인데, 대부업체의 고금리와 악랄한 추심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는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현 정부가 ‘소멸시효채권’과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에 따르면 “원금만 제대로 받아낸다고 해도 90% 이상을 남기는 대박 사업”인데 대부업체 등이 자발적으로 부실채권을 소각할 리 만무하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장동석 출판평론가
2017-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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