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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한국 도착…공항서도 ‘더 낮은 곳으로’

교황 한국 도착…공항서도 ‘더 낮은 곳으로’

입력 2014-08-14 00:00
업데이트 2014-08-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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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미소로 환영인사들과 일일이 악수 소외받고 상처입은 사회적 약자부터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자의 대부’라는 별칭답게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14일 오전 10시 16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알리탈리아항공 전세기가 활주로를 천천히 한바퀴 돌고 붉은 카펫이 깔린 하차 계단 앞에 멈춰섰다.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인사들 중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인사들 중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기 문이 열리고 흰색 수단을 입은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한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최종현 외교부 의전장이 계단 위로 올라가 기내에서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11시간이 넘는 긴 비행에 피곤한 듯 오른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지만 입가에는 특유의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역대 교황으로는 세 번째로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은 아이보리색 상의에 짙은 색 바지 차림의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눈 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화동(花童) 최우진(초6), 승원(초2) 남매가 건넨 꽃다발을 가슴에 안았다.

교황은 남매를 껴안고 통역을 맡은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를 통해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고 남매는 스페인어로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윽고 의장대를 지나 일렬로 늘어서 자신을 기다리던 32명과 만난 교황은 한명 한명 손을 잡고 고개 숙여 눈을 맞춰가며 인사말을 건넸다.

세월호 유족, 이주노동자, 새터민, 범죄피해자 가족 등 사회적 약자와 시복대상자 후손, 일반 신도로 구성된 환영단은 양복 대신 편안한 옷차림으로 공항에 나와 교황을 맞이하는 감격을 누렸다. 일부는 교황이 도착하기 전부터 감격에 겨운 듯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찍어댔다.

사제를 꿈꿨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2)의 아버지인 세월호 유족 박윤오씨는 “가족의 죽음을 통해 교황을 뵙게 될지 몰랐다”며 “세월호 참사을 일으킨 쪽에서 회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가슴 아픈 심정을 내비쳤다.

정제천 신부는 박씨를 포함한 세월호 유족들에게 “교황이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파하고 계십니다”라고 전했다.

새터민 김정현씨는 “교황이 북한을 비롯한 종교가 없는 나라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복대상자 후손인 권혁문(68·세례명 가스발)씨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으신 조상이 시복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나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음미하다보면 메시지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영단과 만남을 마친 교황은 오전 10시 45분께 자신이 의전차량으로 선택한 국산소형차 ‘쏘울’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가 방한기간 숙소인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교황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이날 공항 정문 앞에는 교황 도착 1시간 30분 전인 오전 9시께부터 인근 주민 등 40여명의 인파가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며 교황을 기다렸다.

공항 정문 맞은편 왕복 2차로 골목에는 경찰과 소방 등의 차량 50여대가 줄지어 늘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공항 정문에서 청사까지 50여m를 지나는 동안 모두 3차례의 신분 확인을 거칠만큼 경호도 최고 수준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국가원수급 인사의 방한임에도 불필요한 의전을 원치않는 교황의 뜻에 따라 의장대 20여명이 배치되고 21발의 예포가 발사된 것 외에 대규모 사열이나 환영 행사 등은 열리지 않았다.

소탈하고 검소한 교황의 평소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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