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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원자로 수출도 가능할까

네덜란드 원자로 수출도 가능할까

입력 2010-01-26 00:00
업데이트 2010-01-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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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협상대상자 문제 생겨 차순위 한국에 기회

네덜란드 원자로 건설사업도 우리가 수주할 수 있을까?

80㎿급 원자로 건설 사업인 네덜란드 ‘팔라스(PALLAS) 프로젝트’가 최종낙찰자 발표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우리나라는 차순위로 미끄러져 내려앉은 바 있다. 그런데 최우선 협상대상자에게 문제가 생겨 차순위인 우리나라에 수주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네덜란드 측으로부터 “재정적인 문제가 생겨 팔라스 원자로 건설사업의 입찰을 중단(discontinue)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하고 모든 입찰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것.

이에 네덜란드가 팔라스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된 배경이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재정적인 문제라고 했지만 네덜란드가 건설비 때문에 입찰을 중단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의심쩍다는 지적이다. 원자로 국제 경쟁입찰을 이미 끝낸 상황에서 건설비용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팔라스 프로젝트 최우선 협상 대상자인 아르헨티나 인밥(INVAP)의 원자로 설계에 중대한 하자가 불거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세계 원자력계는 아르헨티나 인밥의 원자로 설계부분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우리나라에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팔라스 입찰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해외 진출 실적이 없다는 점도 이번에 요르단에 연구용원자를 수출함으로써 말끔히 해소됐다. 네덜란드가 팔라스 프로젝트를 언제 다시 재입찰할지 알 수 없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양 원장은 “팔라스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은 우리에겐 둘도 없는 행운”이라면서 “네덜란스 원자로 수주에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아르헨티나 인밥은 원자로 국제입찰에서 “한국은 해외 수출 경험이 없다.”는 등 음해성 로비를 펴왔고, 덤핑수준의 싼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은 “인밥은 최대한 싼 가격을 제시한 다음 상세 협약을 맺으면서 가격을 점점 올리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며 “가격경쟁력은 우리가 인밥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기술력 측면에서 우리가 한 수 위”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는 원자로 건설 기간이 짧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5년에 걸려 건설할 것을 우리는 50개월 정도면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원자로 시장에서 건설기간이 짧다는 것은 가격 측면에서 큰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인밥은 연구용원자로 전문업체로 1997년 이집트에 20㎿급 원자로를 수출한 경험이 있다. 2007년에는 호주에도 수출하는 등 그동안 세계 원자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인밥이 건설한 원자로에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양 원장은 “핵연료가 빠져 버리거나 중성자를 반사해 주는 반사체에 사용하는 중수가 새는 사고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인밥이 세계 원자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도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와 더불어 ‘한국’이라는 대항마를 상대로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0-01-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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