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지방자치법’ 위헌결정 세가지 근거

헌법재판소 ‘지방자치법’ 위헌결정 세가지 근거

입력 2010-09-03 00:00
업데이트 2010-09-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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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형확정 전 무죄추정 원칙 적용해야” ② 공무담임권 과도하게 제한 ③ 국회의원 비해 평등권 침해

헌법재판소가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직무를 정지시켰던 지방자치법 제111조 1항 3호(지방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한다)에 대해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법원에서 금고형을 받은 자치단체장이라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의견도 이번 결정을 이끌었다.

헌재는 문제의 조항이 크게 3가지 부분에서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되고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국회의원에 비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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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직무정지가 해제된 이광재 강원지사가 도지사 집무실을 찾아 의자에 앉고 있다.  춘천 연합뉴스
2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직무정지가 해제된 이광재 강원지사가 도지사 집무실을 찾아 의자에 앉고 있다.
춘천 연합뉴스
이강국·김희옥·김종대·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조항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는 사실만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며 “(지자체 장에 대한) 불이익이 최소한에 그치도록 엄격한 요건을 설정하지도 않은 만큼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지자체 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 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 있는 이상 직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상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이미 침해된 공무담임권(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이 회복할 수 없는 심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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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조대현 재판관은 “지자체 장의 범죄가 공무담임권을 배반하거나 선출의 정당성이 무너진 경우가 아닌데도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조항에는 위헌과 합헌 요소가 공존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공현·민형기·이동흡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지자체 장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면 주민의 복리와 지자체 행정의 원활한 운영이 위험에 처한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뒀다.

이번 결정에서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5명,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은 1명이지만, 헌재의 결론은 헌법불합치였다. 이에 대해 노희범 헌재 공보관은 “헌법재판소법상 위헌결정 정족수는 재판관 6명인 만큼 단순 위헌은 될 수 없다.”면서도 “헌법불합치 의견을 청구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사실상 위헌인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란 헌재가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의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해당 법률을 존속시키는 것을 말한다.

헌재가 문제의 조항에 대해 내년 12월31일까지 개정하라고 주문하면서도 적용은 당장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이 지사의 즉각적인 직무 복귀는 여기서 나왔다. 헌재 관계자는 “지금껏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효력이 일정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당장 법 적용 중지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문제 조항은 이미 5년 전인 2005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지만, 당시 재판관 4(합헌)대 4(위헌)대 1(각하)로 합헌 결정이 났다. 당시 헌재는 “조항 입법 취지는 지자체장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주민의 신뢰회복과 지방행정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선례 변경은 당시와 지금의 재판관 구성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5년 전 재판관 가운데 이공현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교체됐다. 이 재판관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합헌 의견을 냈다. 또 당시 위헌 소송 청구인인 이병령 대전 유성구청장이 항소심에서 직무 정지가 아닌 벌금형으로 감형된 상태였던 것도 이번과 다른 결정이 나온 배경으로 풀이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0-09-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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