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날 것”

민주통합당은 4일 청와대의 재추천 요구로 논란인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은 채 이명박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특검법을 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없이 수용했고, 그 특검법에 따라 여야 협의를 거쳐 특검 후보를 추천한 만큼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말 대선과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맞아 주도권 다툼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참 해괴망측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특검 자체도 새누리당이 먼저 제안했고 특히 특검 후보 추천권도 민주당이 행사하기로 두 차례 협상에서 합의를 봤다”고 잘라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합의와 협의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내곡동 특검법에 따라 민주당이 추천한 두 후보 중 한 명을 내일까지 지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청와대는 여야 간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어 특검 후보를 거부하지만, 실제 이유는 특검 후보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적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권에 우호적인 인물이 임명되면 국민이 원하는 진실 규명이 이뤄질 수 있겠나”면서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격언을 청와대는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특검에 대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은 측근 권력 비리에 대한 척결의지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안대희 전 대법관만 앉혀놓고 말로는 비리 척결한다고 하고 청와대 2중대 역할을 자행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 후보자 선정을 위해)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십수 번씩 협의를 했다”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니고 합의를 이렇게 한 여당 원내대표단”이라고 공격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근혜 후보는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법이 좀 불리하더라도 따르자고 얘기해 왔다”면서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은 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과연 박 후보의 법치주의에 부합하느냐”고 박 후보를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