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관계설정 고민…安, 민주와 ‘거리두기’

민주통합당이 4·24 재·보선의 서울 노원병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정치적 재개의 날개를 펼친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안 의원을 상대로 끊임없이 영입 및 단일화 ‘구애공세’를 벌였던 민주당은 야권 정계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안 의원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개혁진영에서 별다른 경쟁 없이 안정적으로 제1 야당의 위치를 누려온 민주당이 생존문제가 달린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협력적인 경쟁관계를 주문했다.

홍익표 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이 민주당의 정치개혁을 자극해 선순환 관계가 될 수 있다”면서 “새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안 의원도 새정치의 가치를 담아낸다면 개혁진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에게 견제구도 연이어 날렸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야권의 분열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안 의원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이날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정당이 새정치를 가지고 열심히 경쟁할 때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라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것인데, 그 비판도 국민 입장에서 좋은 것이라면 적(敵)에게라도 협조하는 게 맞다”고 다소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막막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개혁보다는 당내 계파 간 분란으로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 당장에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더는 안 의원에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바라기’를 할 경우 당내 원심력만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안 의원 측도 현재의 민주당과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해 안철수캠프에서 국정자문단지원실 부실장을 지낸 이상갑 변호사는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호남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민주당이 리모델링 수준으론 안 되고 싹 허물고 새로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과 안 의원의 관계설정에 대한 공은 5·4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에 넘어간 상황이다.

현재 당 대표 후보군은 모두 당의 개혁을 기치로 건 가운데, 범주류 측 강기정 이용섭(기호순) 후보는 안 의원과의 경쟁론을 내건 상황이다. 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불가피하게 무한경쟁 체제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이 후보는 “민주당이 혁신하면 ‘안철수 신당’의 필요성은 없어져 입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측의 김한길 의원은 안 의원 지지자를 민주당이 흡수하면 안 의원도 자연스럽게 민주당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민주당의 전략통들은 10월 재·보선이 안 의원과의 관계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안철수 영입론’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지분 나눠먹기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면서 “새 지도부의 혁신작업이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일단 10월 재·보선까지 민주당 내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