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원구성 지연은 모두 부담…협상 판 자체 엎어지진 않을 듯 野 “별개 문제”라며 선긋지만 속내는 불편해 ‘갈등 불씨’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허용 문제가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불거지면서 여야의 ‘협치 무대’에 빨간불이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여야 3당은 민생 현안이 산적한 국회 원 구성 및 의사일정 협상과 이 문제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데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공동해임촉구결의안을 추진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부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또다시 국회법이 규정한 개원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보훈처에 대한 즉각적인 유감 표명과 재고 요청 등을 통해 야권의 기류를 살피는 동시에 민생 경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원구성 등의 국회 운영과는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협치에 있어서 제1의 목표는 민생이 아니겠느냐”면서 “야당 원내대표님들도 큰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니 기념곡 문제를 떠나 민생경제를 위해서 힘을 모아주시리라 간곡하게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재고를 요청하며 집권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제 조치를 취한 마당에 두 야당도 민생 현안이 직결된 국회 협상을 지연시키는 상황까지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야당 입장에서는 절박한 심정이긴 하겠지만, 국민의 찬반 의견이 갈린 기념곡 문제와 달리 국회 원 구성은 온 나라가 다 제때 해야 한다는 절차 아니냐”면서 “원 구성까지 늦추는 것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적으로는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원 구성 협상과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냉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총선 후 협치를 근본 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이 문제로 협상 판이 뒤엎어지진 않겠지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문제가 새누리당 책임은 아니지 않나. 여야 협상에서 어깃장을 놓을 생각은 없다, 협상은 성숙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원일자도 국민에게 한 약속이니 최대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직을 차지하고 법제사법위원장 등은 여당과 논의하는 등 협상 전략에 대해선 “협상에서 ‘100% 안 된다’고 하면 될 수가 없다. 모든 걸 열어놓고 할 것”이란 원론을 유지했다.

다만 YTN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대통령이 초청해 여야 3당 대표가 모여 진전된 합의안이 있는데 사흘밖에 안 지나서 가장 중요했던 이야기 하나가 지켜지지 않아 신뢰관계를 갖고 계속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가, 일방적 협조만 요구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또한 기념곡 논란과 관련해 가장 강경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번 논란이 원 구성 협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원 구성은 서로 각자 이해관계가 있고 같이 조정하는 과정에서 약속한 것이 있다”며 “국민 앞에 (원 구성의) 법정 시한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로 맞춰주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5·18 기념식이 끝나고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19일) 이후 원내 지도부 간의 조율을 통해 20대 국회 원 구성을 시한 내 마무리하는 데에 일단 진력할 방침이다.

20대 국회 원 구성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을 각각 양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변함이 없다.

현재 전체 18개 상임위·특위 위원장을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각각 8:8:2로 나눠 갖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2+α’ 확보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