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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자들 대북발언 점점 강경해져…‘선제타격’ 복선 깔았나

美 당국자들 대북발언 점점 강경해져…‘선제타격’ 복선 깔았나

입력 2016-10-14 12:03
업데이트 2016-10-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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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핵 도발시 김정은 죽는다” 발언 배경에 촉각

미국발 대북 메시지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전직 고위 당국자와 정치인의 입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대북업무 핵심 당국자로부터 ‘핵 도발 시 김정은 제거’를 상정한 발언이 나왔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도 (북한이) 핵 공격을 수행할 향상된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그러고 나면 바로 죽는다”고 발언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는 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이 발언은 ‘김정은이 자기 무덤 파는 격인 핵 공격을 최우선 옵션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해 현직 미국 외교 당국자가 ‘죽는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유사시 북한 핵시설과 핵심 지도부를 겨냥한 ‘선제타격’을 복선에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최근 미국발로 잇달아 제기돼왔다.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은 지난달 16일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2008∼2011년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월터 샤프도 최근 “미국이나 동맹국이 표적이 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고,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역량과 의지가 있다는 ‘심증’이 있다면 선제타격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민주당 부통령후보 팀 케인은 지난 4일 열린 부통령 후보간 토론회에서 ‘만약 정보분석 결과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는 판단이 서면 선제 행동(preemptive action·선제공격)을 취할 것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임박한 위협에는 대통령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13일(현지시간)자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한국과 미국이 가능성을 열어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포함한 모든 방법이 실패해 북한이 핵무기 배치에 성공한다면 차기 미국 대통령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선제공격 카드를 선택지로 마주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북 선제타격을 배제하지 않는 미국 전직 고위 군인과 현역 정치인의 발언이 잇따랐지만, 러셀은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 대 한반도 정책의 실무 당국자이자 직업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무게감이 실리는 상황이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러셀 등의 거친 발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관측통들은 분석했다.

북한 핵 위협 자체보다는 핵무기가 테러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핵확산 위협’에 더 민감했던 과거 부시 정권 시절보다 지금 미국 조야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은 한결 커졌다는 지적이다.

또 러셀의 발언 등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외교의 공간’이 사라진 데 대한 절망감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러셀의 발언은 외교관 입장에서 협상의 상대를 의식한다면 하기 어려운 수위였다는 점에서 임기를 불과 3개월여 남긴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중에 협상이든 제재든 어떤 형태로든 북핵 외교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게 된 데 대한 절망감을 내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는 이른바 ‘러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북핵 문제의 현실적 해결 방안으로 보는 시각이 미국 조야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밀해제된 미국 외교문서를 보면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군사 옵션은 어느 때든 올라온다”고 소개한 뒤 “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차기 미국의 새 행정부도 북한의 정권교체 쪽으로 방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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