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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잠수함’ 만들면서 ‘책임있는 핵 보유국’ 강조한 의도는?

김정은, ‘핵잠수함’ 만들면서 ‘책임있는 핵 보유국’ 강조한 의도는?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1-01-10 15:53
업데이트 2021-01-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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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전력 과시하며 美 압박...제재 완화 등 협상 포석
북한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내세웠지만, 8차 당대회를 통해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국방력을 한껏 끌어올려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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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9년 10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6기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4천t급 이상의 잠수함도 건조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잠수함에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ㅅ(시옷)’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9년 10월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시험 발사 모습. 2021.1.9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9년 10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6기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4천t급 이상의 잠수함도 건조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잠수함에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ㅅ(시옷)’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9년 10월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시험 발사 모습. 2021.1.9
연합뉴스
핵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고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1만 5000㎞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고도화를 목표로 제시하는가 하면, 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했다. 지난 9일 노동신문에 보도된 김정은 위원장의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는 ‘핵’ 단어만 모두 35번 나왔지만, ‘비핵화’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또 ‘책임있는 핵 보유국’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그 의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지난 5~7일 진행된 사업총화보고에서 제시한 국가방위력 강화 방안은 ‘핵무기의 다양화’와 ‘핵능력의 고도화’로 정리된다. 특히 핵심 핵전력인 전략원잠과 차세대 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을 시사하며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신형 탄도미사일에 적용할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도입하고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고체연료 엔진) ICBM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를 보유하고,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北 “핵잠수함 설계 끝났다”...美 서부까지 기습 타격 가능
김 위원장은 또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디젤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잠수함 기본설계를 마무리하면 3~4년 내에 건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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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9년 10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6기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4천t급 이상의 잠수함도 건조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잠수함에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ㅅ(시옷)’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 SLBM 동체에 ‘북극성-4A’로 추정되는 글씨가 찍혀 있었다. 2021.1.9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9년 10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6기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4천t급 이상의 잠수함도 건조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잠수함에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ㅅ(시옷)’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 SLBM 동체에 ‘북극성-4A’로 추정되는 글씨가 찍혀 있었다. 2021.1.9
연합뉴스
북한이 일반적인 핵추진 잠수함인 공격원잠(SSN)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에 핵탄두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SSBN)을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019년 10월 SLBM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했는데, 핵탄두를 SLBM에 탑재할 수 있도록 소형·경량화하는 기술을 북한이 이미 확보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전력화한다면 기술적으로는 미국 서부까지 노출을 최소화한 채 항해해 본토 전역을 기습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도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북한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셈이다.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는 발사 후 분리된 뒤 낮은 고도로 활공하며 목표를 타격해 포착과 요격이 매우 어렵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은 경제난과 이로 인한 재래식 전력의 열위를 극복하고자 핵과 미사일,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을 개발해왔는데 이 세 가지를 더욱 고도화해 미국과 맞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핵무력 고도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서는 볼 수 없던 것으로, 김정은 체제의 자신감과 정상 국가의 모습을 안팎에 각인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지난 8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이어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연합뉴스
지난 8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이어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연합뉴스
‘비핵화’ 언급 없이 ‘핵보유국’ 강조만...“외교적 역량 한계”
아울러 북한은 자신들을 ‘책임있는 핵 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면서 핵을 방위적 수단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핵화’ 대신 ‘핵 보유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의 의도가 ‘비핵화’가 아니라 핵 능력을 축소하는 ‘핵군축’ 협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무기 고도화와 핵무력 증강 계획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봐서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넘어 ‘핵군축’ 프레임을 만들어 북미간 협상을 ‘북한식 핵군축’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언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외교는 인내력이 필요한데 병진노선 재언급, 다탄두, 전술핵, 핵잠수함, 초음속 미사일 등 너무 구체적이고 노골적 표현을 하는 것은 외교적 역량에서 김정은 체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부 결속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과 동등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미국에는 제재완화 등의 조치를 이끌어내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면서 “ICBM 등을 언급하면서도 실제 물리적 행동이나 도발이 없었다는 건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먼저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겠다는 나름의 수위조절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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