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다가오는데… 화재 무방비 쪽방촌

추위 다가오는데… 화재 무방비 쪽방촌

입력 2010-10-05 00:00
업데이트 2010-10-05 05:4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을비가 지나가고 한결 쌀쌀해진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쪽방촌’.

 집밖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민들은 일찌감치 찾아온 늦가을 날씨에 꽤 두툼한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부산 해운대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초고층 복합건물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지만,판자로 잇댄 허술한 집이 몰려 있는 쪽방촌은 화재 위험에 여전히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쪽방촌의 좁은 출입문으로 들어가보니 오른쪽에 쪽방 하나가 있고,다시 다락 출입구와 별 차이가 없는 경사 90도에 가까운 계단을 올라가니 쪽방 세 개가 붙어 있었다.

 부엌이 따로 없어 좁은 방 안에 취사도구는 물론,전기장판 같은 난방도구가 어지럽게 깔려있었지만 방 안에 설치된 방재도구라고는 빨간색 박스에 든 화재대피용 자급식 호흡기구와 휴대용 비상조명등이 전부였다.

 이 집에 사는 최모(60.여)씨는 “소방서에서 나와 달아놓고 가기는 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며 “작년에는 점검도 자주 나왔는데 올해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구조로 된 최씨의 옆집에는 화재로 전기가 차단됐을 때 경보음이 울리고 조명이 켜지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최씨는 “불이 나 전기가 나가면 저게 필요할텐데 몇 집에만 설치됐다”며 “설치하러 왔는지도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주민들은 “이 동네에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데 한 번 불이 나면 방법이 없다”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서로 조심을 하니까 아직까지 큰일은 없었지만 항상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 출입문 앞에는 화재와 전기사고,가스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점검표’가 붙어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두 차례,지난 1월 한 차례 이후 점검 기록이 없었다.

 주민들은 “인근 교회에서 해 놓은 것 같은데 최근에는 안 와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이모(67.여)는 “여기 사는 사람은 장애인이나 수급자가 전부인데 석유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쪽방촌은 소화기 설치가 의무인 법정 대상은 아니지만 특수한 위험 지역인만큼 무료로 소화기와 마스크,경보기 등을 설치했다”며 “해당 서에서도 주기적으로 순찰과 점검을 나가 주민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