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매장 가슴 아프지만…전문가들 “대안이 없어”

생매장 가슴 아프지만…전문가들 “대안이 없어”

입력 2011-01-10 00:00
수정 2011-01-10 14: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안락사용 약물마저 바닥나 살처분 대상인 가축을 사실상 생매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9일 최초 발생한 구제역이 40여일째 퍼져 나가면서 전국에서 살처분.매몰된 가축 수가 133만9천387마리에 달하지만 살처분에 사용되는 근이완제 석시콜린(Succicholine)은 구제역 발생 한달만에 공급이 끊겼다.

 약물이 품귀 현상을 빚는 가운데 소보다 내성이 강한 돼지를 안락사시키기 위해서는 소보다 최대 5배까지 많은 약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지역에서 돼지를 생매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동물병원협회 강종일 회장은 ”마땅한 대체약물이 없다“면서 ”T-61 등 안락사 전용약물이 있긴 하지만 50㎖ 한병에 수만원을 호가할 뿐 아니라 소.돼지 같은 대동물에는 수백 ㎖씩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가격문제를 떠나서 안락사 전용약물은 정맥주사를 놔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지금도 현장에 수의사들이 부족해 발을 구르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죽어가는 동물도 살리는 마당에 산 동물을 매장하는 것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현재로서는 국가적인 재앙인 구제역을 하루빨리 종식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원대학교 수의학과의 김두 교수 역시 ”여러 종류의 독극물이 있지만 흥분 등 신경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가축을 대량으로 살처분하기 위한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아 대체약물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인동물은 구제역 폐사율이 높지 않지만 완치되더라도 향후 3∼6개월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보균체가 되고,새끼들은 폐사율이 높기 때문에 살처분하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아지의 구제역 폐사율은 20∼30%이고 새끼돼지는 50%에 달한다.

 김 교수는 ”발생 초기,청정국 지위에 대한 미련으로 백신접종을 미루는 등 정책적인 판단이 구제역 재앙을 키웠다“면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초동방역체계를 확실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