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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3형제 한국서 ‘한의사 꿈’ 이뤘다

탈북 3형제 한국서 ‘한의사 꿈’ 이뤘다

입력 2011-01-31 00:00
업데이트 2011-01-3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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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도전 끝에 합격한 세현·태현씨 “한자공부 제일 어려워”

탈북 삼형제가 남쪽에서 ‘한의사의 꿈’을 이뤘다.

경기 성남시에서 ‘묘향산한의원’을 운영하는 박수현(45)씨 가족이 주인공. 4형제 가운데 둘째인 수현씨가 2001년, 막내 세현(35)씨가 2009년에 각각 한의사가 된 데 이어 이번에 셋째인 태현(40)씨가 최근 한의사 국가고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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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삼형제가 나란히 한의사가 돼 화제다. 왼쪽부터 셋째 박태현씨, 둘째 수현씨, 넷째 세현씨.  연합뉴스
탈북 삼형제가 나란히 한의사가 돼 화제다. 왼쪽부터 셋째 박태현씨, 둘째 수현씨, 넷째 세현씨.
연합뉴스
특히 ‘탈북 삼형제 한의사 탄생’은 수현씨가 지난해 탈북자 출신 한의사 가운데 처음으로 박사 학위까지 따는 영예를 안은 뒤여서 기쁨은 두 배로 컸다.

북한 청진의학대학 약학부(한약학과)에 다니다 1993년 탈북, 경희대 한의예과에 편입해 한의사가 된 수현씨를 빼고 두 동생이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막내 세현씨와 셋째 태현씨의 경우 시험장을 세 차례나 찾은 끝에 어렵사리 합격한 것이다.

태현씨는 “북한에서는 한자를 잘 쓰지 않았는데 한의대를 다니면서 첫 3년간은 한자를 잘 몰라 사전을 부지런히 찾으며 말 그대로 공부만 했다.”면서 “발표 전 3∼4일간 잠이 안 왔다. 합격자가 발표 뒤에도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잠을 자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천신만고 끝에 1999년 탈북한 이들 삼형제의 부모도 감회가 남다르다. 아들의 탈북 이후 산골로 끌려가 굶어 죽을 위기마저 겪었던 아버지 박상운(73)씨는 남한에 입국한 후에도 담석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을 정도로 몸이 편치 않았지만, 삼형제가 차례로 한의사가 되는 걸 보고 나서는 “이젠 근심이 없다. 오래 살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고 수현씨가 전했다.

수현씨를 따라 세현씨가 개업한 한의원도 ‘묘향산한의원’이다. 수현씨가 묘향산에서 군복무를 할 때 의대에 가겠다는 초심을 가졌던 걸 기억하려고 지은 이름을 막내도 물려받았다. 이번에 합격한 태현씨는 진로를 생각 중이다. 수현씨는 남쪽에서 힙겹게 살아 가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한국에서 하는 모든 일이 어렵고 하루 이틀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1-01-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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