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보다 경험”… 투캅스 인사실험

“계급보다 경험”… 투캅스 인사실험

입력 2011-02-18 00:00
수정 2011-02-1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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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署 “반장에 10년 베테랑 경사… 수사관에 ‘신출내기’ 경위”

경찰계급에서 경사 위가 경위다. 그런데 서울 서초경찰서가 수사과 내 반장을 계급이 낮은 경사로 배치하고 경위를 그 아래에서 일하도록 하는 ‘파격 실험’을 지난주 단행했다. 반장인 경사는 수사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고, 그 밑에서 일하는 경위는 경찰대 등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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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서의 실험은 반장 배치 권한을 가진 과장이 했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서장은 사후보고를 받고 ‘오케이’했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경찰조직에 기업형 마인드가 도입된 것이다. 서초서의 ‘인사 실험’은 유연성이 부족한 경찰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결과를 봐야겠지만 조짐은 나쁜 편이 아니다. 반장으로 발령이 난 한 경사는 “현장 경험을 인정해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현장에서 쌓은 많은 경험을 초급 간부들과 공유하고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밑에 사람을 모시고 일하게 된 한 경위 역시 “계급에 따른 고정관념을 버리고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면 서로에게 윈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서초서장은 17일 “경험이 있는 사람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실무에서 조화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서초서는 지난 11일 수사과 지능팀과 경제팀의 12개 반 가운데 5개 반의 반장을 경사에게 맡겼다. 한 계급 위인 경위를 그 아래 일반수사관으로 배치했다.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경력 2~3년차 초급 간부들이다.

이창원 수사과장은 “서열파괴를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전문성 향상에 초점을 두었다.”면서 “베테랑 경사들을 조사전문가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서초서의 파격인사가 다른 경찰서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 모 경찰서의 간부는 “계급 역전 인사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도”라면서 “무조건 계급순이 아닌 능력과 성과에 의한 인사가 가능하다는 것은 일선에 있는 경찰관들과 초급 간부들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1-02-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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