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다른 부부 5% ‘종교에 갇힌 결혼’

신앙 다른 부부 5% ‘종교에 갇힌 결혼’

입력 2012-03-30 00:00
업데이트 2012-03-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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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회폐쇄성 지표”

기독교인인 회사원 최모(32)씨는 지난해 8월 불교를 믿는 이모(30)씨와 결혼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양가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8년간 변함없이 사랑을 이어온 터라 종교는 결혼 생활과 전혀 상관없을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최씨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종교 문제로 아내와 부딪쳤다. 주례를 목사에게 부탁할지를 놓고 티격태격했는가 하면 밥 먹을 때 기도하는 문제로도 다퉜다. 최씨는 “종교가 다르니 생활 태도나 의식에서 이질감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결혼에서 ‘종교’의 벽은 여전히 높다. 사회가 대체로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커플의 결혼을 감싸안지 못하는 분위기다. 결혼할 배우자 조건으로 부모직업·연봉 등 각종 조건을 따지는 풍토가 만연한 가운데 종교 역시 결혼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결혼 상대자 선택 기준은 사회의 개방성·폐쇄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분석하고 있다.

29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최근 3년 사이 결혼한 회원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배우자와 종교가 다르다’고 밝힌 비율은 5%인 300명에 불과했다. 20명 가운데 1명꼴이다. ‘같은 종교’라는 회원은 13.1%인 786명으로 집계됐다. 종교를 가진 쪽과 갖지 않은 쪽이 만나 결혼한 사례는 42%인 2520명로 가장 많았다. 또 아예 종교가 없는 사람끼리 결혼한 경우는 39.9%인 2394명에 달했다. 종교가 같은 부부도 종교 문제가 없지 않다. 주로 종교적 신념의 깊고 낮음과 정체감의 차이 등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약사인 최모(34)씨 부부는 둘다 기독교인이지만 믿음 때문에 종종 말싸움을 벌인다.

아내는 “기독교만이 진리”라며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최씨는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김수정 듀오 커플매니저는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호하는 배우자 조건은 변하지만 종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배우자 선택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라면서 “요즘은 ‘종교가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게 속편하다’는 예비 부부들이 많다.”고 전했다. 종교 가운데 개신교가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을 가장 꺼린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돼 주목되기도 했다.

한내창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가 ‘2012 한국사회학 학회지’ 제46집에 발표한 ‘종교성과 타 종교와의 결혼 허용도’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 종교 결혼 허용도’는 5점 만점에 ▲개신교 2.76점 ▲천주교 3.21점 ▲불교 3.04점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개신교인은 비교적 큰 결혼 시장을 가지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폐쇄적 결정이 이뤄져 가족의 갈등·해체가 야기되는 등 사회 문제로 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준·조희선기자 apple@seoul.co.kr

2012-03-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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