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출금·소환대상 선별 ‘숨가쁜 강행군’특검기간 李씨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차질 불가피할 듯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이 초반부터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특검은 공식 수사 개시일인 16일 0시가 지나자마자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주요 사건 관계자 10여명에 대해 무더기로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전날 사무실 개청 행사를 주재한 이광범 특별검사는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했으며 일부 팀원들은 이날 새벽 4~5시까지 수사기록을 검토했다.

특검팀은 관련자 출국금지에 이어 곧바로 소환대상자 선별작업에 착수했다. 조만간 당시 경호처 직원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줄소환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소환대상자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첫날부터 한마디로 숨돌릴 틈 없는 강행군이다. ‘어떤 금기나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특검팀의 수사의지가 여실히 드러난 행보다.

이는 60일이 주어진 디도스 사건 등 이전 특검팀과 비교할 때 수사기간이 최대 45일(1회 연장시)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압박이 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건 내용이 그리 복잡하지 않고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마당이라 최대한 수사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검팀은 예상 밖의 ‘악재’에 직면했다.

시형씨에게 사저 부지 매입자금 6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수사 개시 하루 전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주요 참고인인 사저 부지 매도인인 유모씨도 지난 5월 이미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팀은 특히 이 회장의 출국에 대해 “우리도 놀랐다”며 허를 찔린 표정이다.

다스 측은 “이 회장이 중국 공장 출장차 출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 개시 전날 출국한 것을 두고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회장이 특검 수사기간에 귀국하지 않을 경우 부지 매입 비용과 관련된 특검 수사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부지 매도인 유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적절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해 귀국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특검팀이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해 강수를 둔 가운데 조사 대상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은 형국이어서 특검팀이 다음에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