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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업자 1명이 국내은행 이란계좌서 1조 빼돌렸다

무역업자 1명이 국내은행 이란계좌서 1조 빼돌렸다

입력 2013-01-24 00:00
업데이트 2013-01-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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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무역 ‘눈속임’…對이란 원화결제시스템 악용 한국은행ㆍ시중은행ㆍ전략물자관리원 모조리 속아

국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CBI) 계좌에서 1조원이 넘는 거액을 해외로 빼돌린 무역업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성희 부장검사)는 24일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이의 중계무역을 가장해 1조948억원의 이란중앙은행 자금을 부정 수령하고 제3국에 불법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 및 관세법위반)로 A사 대표 정모(73)씨를 구속기소했다.

정씨는 2011년 2∼7월 두바이 M사로부터 1조948억원 상당의 대리석 등을 구입해 이란의 F사에 파는 중계무역으로 가장한 허위서류를 만든뒤 한국과 이란 사이의 원화결제시스템을 이용, 시중은행에 개설된 CBI 계좌에서 수출대금 명목으로 돈을 수령해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원화결제시스템이란 한국과 이란의 교역을 위해 양국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체제로,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달러 결제를 봉쇄하자 우회 결제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수입대금을 국내 시중은행의 CBI 주(主) 계좌에 넣어두면 이란에 수출하는 업체가 수출대금을 CBI 자(子) 계좌에서 빼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씨는 부정 수령한 무역대금 중 1조700억원을 달러 등으로 환전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9개국에 송금하고 170억원 상당의 커미션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커미션 중 107억원은 미국 앵커리지에 만든 회사 계좌로 반출해 부동산이나 자동차 구입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2011년 10월 두바이의 한 업체에서 100만원 상당의 투어멀린(광석)을 들여오며 미화 2천500만달러(298억원 상당)짜리 루비 원석인 것처럼 허위로 수입 신고한 혐의도 있다.

정씨가 운영하는 A사는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전용면적 40여㎡)의 사무실에 여직원 1명만 있는 회사로, 이번 범행 전후 매출도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중계무역 품목 중 대리석 수출규모가 5개월간 1천496억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란 관세청 자료에는 수입 실적이 전혀 없고 UAE로부터의 수입실적도 4억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정씨의 속임수에 전략물자관리원과 한국은행, 시중은행이 모두 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중계무역을 가장하려고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리석, 샹들리에 등 건축자재 사진을 출력ㆍ편집한 뒤 전략물자관리원에 제출해 무역품목이 비(非)금지 품목임을 확인받았다.

정씨는 애초 품목을 석유화학제품으로 정했다가 금지품목이란 점을 알게 되자 몇 시간 만에 건축자재로 변경해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이란과 두바이 업체 사이의 인보이스(송장)와 계약서도 허위 작성했다.

한국은행은 정씨가 제출한 전략물자관리원의 품목 비금지 확인서와 가짜 무역 서류를 그대로 믿고 CBI로부터의 수출대금 수령을 허락했고 시중은행도 한국은행의 허가서, 이란측에서 온 지급지시서 등을 믿고 자금을 이체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공모하거나 범행을 묵인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결국 정씨에게 속아 업무처리를 해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정씨 개인 범행으로, 원화결제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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