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급상승→제트기류 약화→북극한기 남하
최근 수십㎞ 상공의 성층권 기온이 급상승, 다음달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강력한 추위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성층권 ‘돌연승온(sudden warming)’으로 불리는 이 현상과 지상 10㎞ 이하 대류권 기상의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상예측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성층권발 혹한’ 시나리오는 = 성층권은 지상 10㎞부터 50∼60㎞까지의 대기권을 말한다. 공기가 희박하고 기상현상이랄 것 자체가 별로 없는 곳이다.
이곳의 기온이 며칠 사이 최대 40도 이상 급격히 오르는 특이한 현상은 2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 1∼2월 위도 60도 이상의 극지 근처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진폭이 큰 대류권의 파동이 공기 밀도가 낮은 대기권까지 상승해 더욱 증폭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혜영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태양의 복사 에너지가 아닌 오로지 파동에 의한 역학적 이유만으로 온도가 올라가는 극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7일 기상청이 내놓은 돌연승온에 따른 ‘혹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극 성층권의 기온이 급상승하면 저위도 지역과 온도가 역전된다. 이 때문에 평소 극지 주변을 감싸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소용돌이 바람의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기류의 역전은 성층권 꼭대기인 고도 50∼60㎞에서 시작해 아래쪽으로 점점 확대된다. 결국 대류권 상층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고 있는 제트기류가 헐거워져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온다는 것이다.
지상 9∼10㎞ 상공에서 최대 초속 100m의 빠른 속도를 내는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온도ㆍ기압 차이에 따라 경로와 강도가 바뀐다.
이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인 ‘북극진동’은 최근 몇 년 동안 한반도에 들이닥친 혹한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온난화에 따른 북극의 기온 상승 뿐만 아니라 성층권 기온의 급상승도 제트기류를 약하게 만들어 중위도 지역에 한파를 몰고 온다는 게 시나리오의 요지다.
◇”다음달 초 한파 가능성” = 기상청은 이번 돌연승온 현상이 이달 초순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도 지상 50㎞ 부근의 기온이 평소보다 20∼30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돌연승온 발생 이후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까지 대류권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대로라면 2월 초순 성층권발 한파가 몰려오게 된다.
그러나 남은 겨울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성층권의 기온 상승이 대류권까지 내려온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돌연승온 현상이 제트기류를 약화하더라도 기류가 뱀처럼 구불구불해지기 때문에 한기가 집중적으로 내려오는 지역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와 서유럽, 미국 동부가 자주 영향을 받지만 운 좋게 피할 수도 있다.
기상청은 이번의 경우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몰려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초 한파 역시 1월 중순 발생한 돌연승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데 그때보다 북극 상공의 기온 상승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당초 다음달 초순 평년 수준의 기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영향을 감안해 23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서는 2월 초순까지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 과장은 “작년보다 돌연승온 현상이 강하고 여러 기후예측 모델도 최근 그 영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겨울이 오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성층권 영향’ 견해 엇갈려 = 성층권 돌연승온 현상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 가운데는 대류권 기상과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과거 여러 사례를 근거로 실제 기상에 미치는 영향이 60일 이상 지속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 분야 연구가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추세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인과관계를 밝히면 겨울철 기후예측의 범위를 그만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한파를 결정짓는 북극진동의 경우 현재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관측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지수화한 예측정보를 내고 있다. 그러나 예측기간이 2주에 불과한 데다 정확도도 많이 떨어진다.
기상청은 이 분야 연구가 기상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부터 연구ㆍ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성층권 정보는 전체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넓은 범위의 기후모델에만 적용되고 있다”며 “대류권 기상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면 1개월 이상 장기예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