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서글픈 사람들 2제] “가족들 눈총 따가워… 귀향 대신 농성장 지켜”

[설날이 서글픈 사람들 2제] “가족들 눈총 따가워… 귀향 대신 농성장 지켜”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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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5년 전 이맘때만 해도 남부럽지 않았다. 귀향길엔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에 몸을 실었고, 적게나마 부모님과 조카들에게 줄 돈 봉투도 마련했다. 하지만 2009년 쌍용차 사태는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복직을 외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연일 복직과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들의 외침을 귀담아들으려는 이는 많지 않다. 그저 앞을 가로 막는 경찰만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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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7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 상복을 입고 서 있다. 왼쪽부터 양형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직실장, 김득중 수석부지부장, 박호민 선전부장.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7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 상복을 입고 서 있다. 왼쪽부터 양형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직실장, 김득중 수석부지부장, 박호민 선전부장.
이호정 기자 hojeong@seoul.co.kr
인수위 앞에서 만난 양형근(50)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조직실장은 7일 “해고자로 네 번째 설을 맞을 줄은 몰랐다”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양씨가 22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됐을 때 큰아들은 고3이었다. “먼저 집안 사정을 생각해 대학에 가지 않겠다 하더니 이듬해 바로 군에 입대하더군요. 이번 설은 아들이 군 제대하고서 처음 맞이하는 명절인데 함께 오붓하게 지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양씨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해고자들은 최근 희망고문을 겪고있다.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여야 후보가 복직 등 쌍용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불과 두 달도 못 돼 상황은 다시 오리무중이다. 지난 1일 수원지법은 2009년 대량 해고로 촉발된 쌍용차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여야가 약속했던 쌍용차 국정조사도 답보 상태다.

박호민(39) 선전부장은 “명절 때면 경남 창원에 게신 부모님께 몇 푼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가슴이 무겁다”면서 “부모님은 되려 그런 아들이 마음을 다칠까 노심초사하시니 더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득중(42) 수석부지부장은 “명절 때 집에 가면 ‘아이들을 봐서라도 새로운 일 찾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가족의 바람처럼 새로운 일을 찾고 싶어도 쌍용차 해고자라는 주홍글씨가 재취업을 가로막았다. 시골에 용접 일을 가도 쌍용차 노동자였다고 하면 일감을 못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였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스물두 번째로 자살한 한 조합원의 고민을 전했다. “인천 등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다녔던 이 친구가 ‘형, 빨갱이 소리 많이 들어봤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땐 뭐라고 해야 해?’라고 묻더군요. 그냥 먹고살 권리를 주장한 것 뿐인데…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쌍용차 해고자란 이유만으로 때론 가족들에게도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죠. 결국 자살을 택한 23명의 제 동료는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라 봅니다.”

양 조직실장은 “돌아가신 23명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면서 “진실 규명을 위한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기간에도 그들은 고향을 뒤로 한 채 삼청동 인수위 앞을 지킬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2013-0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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