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법’ 논란 헌법재판소로…쟁점은?

‘화학적 거세법’ 논란 헌법재판소로…쟁점은?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15: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집행 강제성 법익·치료 효과·오판 가능성 논의될 듯

법원이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일명 화학적 거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하면서 그 판단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안병욱 부장판사)는 8일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치료명령의 청구) 1항과 8조(치료명령의 판결 등) 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로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제도를 집행한다는 점이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사람의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쳐 성 기능을 일정한 기간에 못 쓰게 만드는 조치다.

인권 단체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생식능력에 직접적인 훼손을 가한다는 점 때문에 최소한 ‘피치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은 치료의 개념으로 추진된 최초 발의 목적에서 벗어나 “동의를 구한다”는 부분이 삭제된 채 통과됐다. 사실상 처벌의 개념으로 법안 내용이 바뀐 셈이다.

제도시행 논의 당시 잇달아 터진 조두순 사건, 김수철 사건, 김길태 사건 등의 영향으로 아동 성폭력에 대한 ‘무관용’ 여론이 들끓었던 점이 한몫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현 제도는 피치료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로 약물을 투여하게 돼 있다”며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크더라도 신체의 완전성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훼손하는 상황에서 피청구자의 불이익을 등한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인권침해 소지도 매우 큰 것으로 재판부는 보고 있다.

법무부는 그러나 제도 목적이 재범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주사 한 방으로 성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부는 “강제적 치료명령제도에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 효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치료 효과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판단이다. 수단의 적절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치료 약물로는 ‘루크린’과 ‘졸라덱스’ 등이 거론된다. 이 약물은 전립선암의 치료 등에 쓰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장훈 교수(비뇨기과)는 “(약물이) 남성 호르몬을 조절해 발기를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심리적으로도 억제될 수 있을지는 연구된 바 없을뿐더러 스스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심리교육과 어울린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성 기능을 억제하며 심리교육을 병행한다면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도 커진다”며 “실제로 유럽 몇몇 국가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판단과 집행 시점의 간격에 따른 오판 가능성도 문제로 짚었다.

현재 치료명령 대상자에게 성도착증이나 재범 위험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판결 시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실제 약물치료 집행 시기는 대법원 이후까지 가정하면 수년이 넘어갈 수도 있다.

연령에 따른 성욕 감퇴, 치료감호 집행 과정에서의 치료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년 전의 명령 때문에 약물치료를 시행한다면 결과적으로 오판하는 셈이다.

재판부는 “선고시점과 집행시점을 일치시키지 않는다면 오판의 가능성을 크게 할 것”이라며 “불필요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 화학적 거세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