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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솟구치는데… 온몸으로 구멍막은 해경

기름 솟구치는데… 온몸으로 구멍막은 해경

입력 2014-02-17 00:00
업데이트 2014-02-1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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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화물선 유출’ 목숨건 사투 벌인 신승용·이순형 경사

로프 하나에 의지한 해경대원 2명이 기름이 쏟아지는 부산 앞바다 사고 화물선에서 유출 부위를 온 몸으로 막아내 피해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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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범벅 된 얼굴
기름 범벅 된 얼굴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맨 아래 사진 왼쪽), 이순형 경사가 지난 15일 부산 남외항에서 충돌 사고로 기름이 유출된 8만t급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에 투입돼 파손 부위를 틀어막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위쪽 사진은 두 사람이 원뿔 모양의 나무 쐐기와 부직포 형태의 기름 흡착제, 자석 패드 등을 이용해 벙커시유가 흘러넘치는 구멍을 틀어막는 모습. 유해 유증기가 새고 벙커시유가 흘러나오는 악조건에서 두 사람은 2시간가량 밧줄 하나에 매달려 화물선 함미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구멍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부산 연합뉴스
16일 부산해경에 따르면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서쪽 5.1㎞ 지점인 남외항 묘박지에서 지난 15일 오후 2시 20분쯤 라이베리아 국적 8만 8000t급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가 460t급 유류공급선과 충돌했다. 충돌 여파로 화물선 왼쪽 연료탱크에는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신고를 받은 부산해경과 남해해경청 소속 대원들은 헬기를 타고 사고 발생 1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4시쯤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직후 유류공급선이 밸브를 잠갔고, 사고 화물선도 수평탱크를 이용해 선체를 구멍 반대쪽으로 기울여 응급조치를 했지만 화물선에 실린 벙커시유 1400t 가운데 상당량이 해상으로 유출되는 상황이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남해해경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42)·이순형(36) 경사는 기름이 흘러나오는 선박 파손 부위를 틀어막기 시작했다. 신 경사 등은 로프 하나에 의지해 화물선 왼쪽 외부에 매달린 채 필사적으로 원뿔 모양의 나무 쐐기와 부직포 형태의 기름 흡착제로 선박 구멍을 막았다. 작업을 하는 동안 파손된 화물선의 구멍에서는 검고 끈적끈적한 벙커시유가 솟구쳐 올랐다. 인화성 강한 유증기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와 폭발 위험이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높은 파도에 화물선이 휘청거리면서 이들이 의지한 로프는 심하게 요동쳤고, 중심조차 잡기 어려운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됐다. 쉼없이 쏟아지는 벙커시유에 앞을 보기 힘든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 로프를 잡아주며 번갈아 구멍을 막았다.

그렇게 2시간여에 걸친 사투를 벌인 끝에 두 사람은 오후 6시 19분쯤 시커먼 벙커시유가 철철 흘러넘치던 구멍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벙커시유는 더 이상 바다로 유출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 외벽이 곡선으로 돼 있고 너울성 파도에 유증기가 터져나오는 등 악조건 속에서 진행하는 로프 작업이 쉽지 않았음에도 어려운 작업을 무사히 완수했다”고 말했다.

부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2014-02-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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