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생존자들 ‘기념일 반응’에 또다른 고통

세월호 1년…생존자들 ‘기념일 반응’에 또다른 고통

입력 2015-04-05 10:18
업데이트 2015-04-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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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스쿨닥터 “지금은 생존자들에게 주의가 필요한 시기””과도한 언론보도가 불안·분노 자극 우려” 지적도

오는 16일로 세월호 사고 1주년이 되면서 당시 사고 현장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 일부가 ‘기념일 반응’에 따른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념일 반응은 충격적인 사고나 사건이 있었던 날짜가 돌아오면 사고 당시와 비슷한 감정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게 심리적·신체적·행동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에서 1년째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김은지 스쿨닥터(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의 현재 상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김 전문의는 “기념일 반응은 대부분 억제됐던 정서나 슬픔이 잠시 느껴지는 정도로 지나가지만 심한 경우 깊은 우울감과 집중 곤란, 식욕 저하, 분노, 악몽, 수면 곤란, 타인과 분리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일부 증상이 극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선배나 친구를 잃어 버린 학생은 물론 교사들에게서도 일부 관찰되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 전반적인 주의를 요한다고 김 전문의는 덧붙였다.

기념일 반응 외에도 일부 학생들은 사고 이후 운송수단이나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할 때 불안감이 커지고 사고 등에 대한 걱정이 늘어났다고 김 전문의는 평가했다. 이들에게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우울 장애, 복합성 애도 반응 등의 증상도 관찰됐다.

김 전문의는 “자기 전 희생된 친구 및 사고 생각으로 잠들기 어렵거나, 사고나 희생된 친구와 관련된 단서에 노출되면 기분이 다운되기도 한다”면서 “특히 지속적인 정서적 어려움으로 때문에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잠을 못 자거나 기분이 가라앉으면 학습 수행이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심리적 증상 외에도 일부 학생들에게서는 허리, 무릎, 팔 등의 통증과 두통, 피부질환,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의 소화기 질환이 복합적으로 관찰됐다고 김 전문의는 전했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나 정신 장애가 한참이 지나서야 나타날 수도 있는 점도 또 다른 걱정거리로 꼽았다.

김 전문의는 “실제로 단원고 생존 학생 중 사고 이후 6개월 이상이 지나서야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경우도 있다”면서 “따라서 당장에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학교 내 심리지원은 당분간 지속해야 한다는 게 김 전문의의 생각이다. 특히 교사들의 경우 학교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때서야 정서적인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교사 심리지원은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사고 이후에 발령받은 교사나 근무지를 옮긴 교사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김 전문의는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언론보도가 아이들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 전문의는 “세월호 충격 직후 안정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보호자나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 없는 일방적인 언론 취재로 불안과 분노를 자극했고, 아직도 아이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면서 “트라우마 후 세상이 안전하지 않고, 나는 보호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과도한 취재는 이런 부분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언론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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