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화재 원인은 열선…제조업체 책임 인정 판결

벌통 화재 원인은 열선…제조업체 책임 인정 판결

입력 2015-07-11 10:27
업데이트 2015-07-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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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 수단인 벌통을 화재로 잃고 소송까지 당한 양봉업자가 벌통에 설치한 보온용 전선의 결함이 법정에서 인정돼 배상받았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북 진안군에 거주하는 양봉업자 A(58)씨는 2013년 3월 어느 날 새벽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벌통 60개 중 상당수가 불에 타는 것을 봤다.

그는 소방관이 올 때까지 혼자 불을 꺼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이미 벌통 50여 개가 불에 탔다. 남은 벌통과 벌도 연기에 노출돼 쓸 수 없게 됐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열선이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A씨는 제품 결함을 지적하며 제조업체에 배상을 요구했으나, 배상은 커녕 업체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에 가게 됐다.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황호성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진행했다.

제조업체는 A씨가 눈·비에 노출될 수 있는 실외 양봉 통에 열선을 설치하는 등 부주의나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제품 하자가 원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경찰 과학수사계의 조사 자료를 제출해 제품 하자를 입증하고, 소방서와 보험사, 진안군, 한국양봉협회 등 각계 자료를 수집해 손해액을 평가하는 등 맞섰다.

전주지법 제4민사부는 지난해 7월 제품의 결함을 인정해 A씨가 반소에서 청구한 약 2천300만원 중 1천300여만원을 업체가 배상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선에 합선 단락 흔적이 남아있고, 전선 내부 구리선의 간격이 규격인 1㎝가 아니라 0.5㎝밖에 되지 않는 점, 전선 외에 다른 발화원이 없는 점 등으로 보아 화재는 전선 결함 탓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제조업체는 A씨의 설치 과실 가능성과 설비 감가상각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광주고법 전주제1민사부는 업체가 A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화해를 권고했고, 지난달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A씨는 피해를 배상받았다.

법률구조공단은 “전형적이지 않은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손해를 입증할 수 있었다”면서 “현대적 소송인 제조물책임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조업자의 책임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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