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시신도 못 찾는데 장사가 문제냐”…숙연한 추자도

“실종자 시신도 못 찾는데 장사가 문제냐”…숙연한 추자도

입력 2015-09-08 15:46
업데이트 2015-09-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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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상인 사흘째 일손 놓고 수색 동참…”낚시 손님 안 받아”’추자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생길까’ 우려도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발생한 낚시 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추자도 주민들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며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추자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20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혹시라도 사망자나 희생자 가족에게 누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금은 멸치잡이가 한창인 시기이지만, 중소형 낚싯배 선장들은 사흘째 조업을 중단하고 군·경 수색작전에 어선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추자면에 있는 해군부대, 면사무소, 소방안전본부, 파출소, 해경 등 군과 공무원뿐 아니라 마을 청년회, 주민자치위원 등 일반 주민들도 혹시나 조류를 타고 떠내려오는 실종자의 흔적을 찾으려 매일 도보로 내륙 해안을 돌면서 수색하고 있다.

상인들도 장사보다 실종자 소식과 사고 수습에 더 관심을 두는 듯했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정모(57)씨는 “사고 다음날부터 실종자 수색을 돕느라 손님은 받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열흘 정도는 예약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어제도 낚시꾼 6명이 찾아왔지만, 방을 내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했다.

정씨는 “사고 전에 들어온 낚시꾼 3명을 쫓아내지는 못하지만, 미끼를 파는 등 낚시를 돕는 장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추자도 분위기를 알아보려는 예약 문의 전화도 걸려오지만 모두 오지 말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한 2주 정도는 수입이 없겠지만 이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스무 명 넘는 사람이 물에 빠졌다가 3명만 목숨을 건져 이렇게 수색하고 있는데 낚싯대 메고 돌아다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낚시용품점을 운영하며 민박을 치는 김모(53)씨도 “예약은 당연히 안 받고 있고, 와 있던 손님 5명도 불러서 용품 반납시키고 돌아가라고 했다”며 “오늘도 6명이 온다고 했는데 오지 말라고 전했다”고 했다.

김씨 역시 “내가 수색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 추자도 분위기가 이런데 무슨 낚시냐”며 “생업에 지장을 입긴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 추자도에 둥지를 튼 이모(62)는 “나는 배를 몰지도 않고 여기 오래 산 사람도 아니어서 딱히 도울 일은 없지만 마음이 너무 안 좋아 어민들을 뵐 때마다 ‘힘내시라’고 응원하는 인사를 한다”며 “이번 사고로 어민들이 고생하며 돕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하다”고 말했다.

추자도에서 가끔 취미 삼아 갯바위 낚시를 하곤 했다는 이씨는 “이제 낚시 생각은 안 난다”면서 “사고 뒤에도 갯바위에 숨어서 낚시하는 몇몇 낚시꾼들이 있던데, 주민들이 ‘지금이 낚시할 때냐’며 다들 손가락질하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자도에 대해 나쁜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모텔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여)씨는 “아들뻘 되는 사람들이 열댓 명이나 아까운 목숨을 잃어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추자도가 새로운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고 있는데 위험한 섬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섬사람들 생계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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