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보육대란 한 달…정부·교육청 여론전만 거듭

새해 보육대란 한 달…정부·교육청 여론전만 거듭

입력 2016-01-31 17:24
수정 2016-01-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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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대책은 요원…4월 총선 노린 정치싸움 변질 지적

보육대란 우려 속에 맞은 새해가 벌써 한 달이 흘렀지만 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일방적인 여론전만 거듭하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휴일인 31일에도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만나 “재원이 부족해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일부 시도 교육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조속히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 경기, 광주 등 일부 시도 교육청과 지방 의회는 “정부의 양보 없이는 예산 편성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단 2~3개월 임시 예산 편성이라는 미봉책으로 눈앞의 위기는 넘기는 분위기지만 이는 근본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보육대란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누리과정 논란…무리한 재원 통합이 화근

누리과정 도입 계획이 공식 발표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2일이었다.

당시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통과정(‘누리과정’이라는 용어는 이후 공모를 통해 정해짐)을 2012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보육과정으로 이원화된 만 5세 교육을 하나로 통합하고, 당시 소득수준 하위 70% 이하 가정에만 지원하던 교육(보육)비도 단계적으로 늘려 2016년에는 교육비 모두를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취학 직전인 만 5세 아동은 누구나 국가가 정한 공통 교육과정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취학 전 1년을 의무교육 기간에 사실상 포함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를 위한 재원은 정부가 각 시도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누리과정 대상이 2013년부터 만 3~4세 아동까지 급격히 확대되면서 불거졌다.

또 보건복지부(국고)와 지자체(지방비)가 부담했던 어린이집 예산까지 2015년부터 교육청이 모두 떠안게 되면서 교육청의 반발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제도적으로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재원만 통합했기 때문에 불거진 측면이 크다.

◇ “교부금으로 충당 가능” vs. “산정 자체가 잘못”

누리과정 재원 가운데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가장 크게 대립하는 것이 바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 교육기관 설치, 운영에 쓰도록 국가가 지자체에 교부하는 예산을 말한다. 교육청 전체 예산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애초 누리과정 도입 당시 재원은 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했고, 실제 매년 교부금 산정 때 누리예산을 반영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누리과정 대상이 급격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교부금이 충분히 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올해 교부금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주장은 상반된다.

교육부는 올해 교부금(총 41조원)이 지난해에 비해 1조8천억 늘어난데다 지자체에서 들어오는 법정전입금도 1조원 늘 것으로 보여 교육청이 누리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는 주장한다.

또 올해 교부금 41조원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소요될 누리과정비 총 4조원이 모두 반영된 만큼 교육청은 그대로 편성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준식 부총리는 이날 어린이집 관계자들과 만나 “전국 3~5세 영유아 130만명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 약 4조원을 정확히 산정해 지난해 10월23일 보통교부금에 담아 시도 교육청에 이미 예정교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올해 교부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맞지만 지난해 교부금이 그 전년도(40조원)보다 1조원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늘어난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누리과정 소요액 4조원이 교부금에 반영됐다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서도 교육청들은 애초 교부금 수요를 산정하는 항목 자체가 실수요액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함정’이 있는데다 총액 교부 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누리과정비 충당을 위해 다른 사업비를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교부금 인상이 해결책인가

시도 교육청들의 재정 형편이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아예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그동안 교부금 외에도 지방채 발행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전해 준 만큼 교육청의 ‘의지’만 있으면 예산 편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유독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있는 곳에서만 예산 편성이 어렵다며 ‘버티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진영 이슈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교육부는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누리과정 도입 당시부터 꼼꼼한 제도적 정비가 부족했고,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기 이전부터 시도교육감협회 등에서 별도의 재원 대책을 요구해 온 만큼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4년 말 보고서(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에서 “누리과정은 국가의 정책적 추진사업이므로 국고보조로 지원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교부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국가 재정 상황을 살펴야 하는 정부로서는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감소하는 마당에 교부율 인상은 교육재정 효율화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가재정 운용의 경직성, 다른 분야의 투자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해에는 세수 부족 탓에 교부금만으로 전체 지방재정을 감당하기 어려워 6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교부율 조정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지방채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교부율 인상 대신 아예 교부금 가운데 일정비율을 누리과정 예산용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목적 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중이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이는 교부금 안에 칸막이를 치는 것에 불과해 결국 다른 교육사업 예산을 삭감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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