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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수사 자청하고 걸려들지 않은 계부…‘숨기는 10%’ 뭘까

최면수사 자청하고 걸려들지 않은 계부…‘숨기는 10%’ 뭘까

입력 2016-03-25 11:36
업데이트 2016-03-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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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탐지기·프로파일러 모두 “안씨 진술 거짓” 소견5년 세월 범행 발각 대비해 처벌 면할 방법 ‘학습’ 가능성

가혹행위로 숨진 의붓딸 안모(사망 당시 4살)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계부 안(38)씨의 ‘무쇠 멘탈’ 앞에 경찰의 최면 수사도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이 수사할수록 암매장 관련 수사가 오히려 미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진천 야산에서의 이틀에 걸친 시신 수습에 실패한 경찰이 그를 의심, 다양한 방법의 심리 검사에 나섰는데 한결같이 ‘거짓 반응’이 나왔다.

수사 참여 경찰관들은 다들 “거짓말을 잘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안씨가 ‘멘탈’이 강하고 ‘강심장’이라는 사실은 경찰 검거 초기부터 확인됐다.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던 지난 18일 아내 한모(36)씨가 자살, 안양 시신 유기 사실이 5년 만에 드러나 경찰에 체포된 이후 줄곧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지난 18일 긴급체포된 뒤 예상이라도 한 듯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내내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4차 진술조사까지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예’와 ‘아니오’ 식의 단답형 대답으로 일관하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프로파일러 조사 때는 가끔 피식하고 웃는 여유도 보였다.

암매장 안양 시신 발굴 현장에서는 “왜 제대로 못 파느냐”고 독려, 경찰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 안씨를 조사한 프로파일러들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거짓말과 임기응변에 능하다”고 진단했다. 거짓말 탐지기도 그가 진천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는 대답에 ‘거짓’이라고 반응했다.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를 동원한 것은 그의 주장대로 안양의 시신을 실제 진천 야산에 묻었는지 등을 확인, 수색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사에 비교적 순순히 응해온 터라 경찰은 내심 그의 시신 암매장 진술이 ‘진실’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안양 시신이 수습되지 않더라도 그의 자백이 일관성이 있다는 증거로 내세워 혐의를 입증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결과에 경찰은 당황했다. 그가 줄곧 암매장했다는 진천 야산에서의 시신 발굴 조사를 3일간 중단했을 정도다.

고민에 빠진 경찰에 안씨가 먼저 최면수사를 제의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왜 안 믿어주느냐”고 답답해하면서 최면수사를 받고 싶다고 한 것이다.

미처 최면수사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경찰은 부랴부랴 수소문해 전국 최고라는 전북지방청의 최면수사관을 지원받아 지난 24일 오후 5시간 가까이 안씨를 최면수사했다.

그러나 안씨의 최면수사는 실패로 끝났다. 첫 번째 시도는 그가 아예 최면에 빠져들지 않아 실패했다. 두 번째도 그는 완전한 최면에 들어가지 않았다.

무의식의 상태가 돼야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데 안씨는 그러지 못한 것이다. 최면수사관은 “본인이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제한 자기 억제력이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멘탈이 강해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방어하려는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 일각에서는 안양이 숨지고 암매장된 지 5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점을 들어 그가 오랜 기간 멘탈을 단련해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속해서 합리화하거나 부정함으로써 자신이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여길 정도로 정신적 단련이 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5년이라는 기간은 그가 자신의 범죄행각이 들통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대비책을 세우는데 충분한 시간이었을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최면수사를 자청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거짓말 탐지기, 프로파일러, 최면수사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안양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순순히 자백한 그가 잇단 심리 수사에서 보인 ‘거짓 반응’이 사실이라면 숨기고 싶은 건 무엇일까.

경찰은 “안씨 진술 중 90%는 맞는(진실) 것 같고 10% 정도 감추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지목한 암매장 장소에서 시신이 수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 말대로라면 그가 거짓말하는 10%는 시신이 수습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 한씨의 가혹행위로 숨졌다는 안양의 사망이 실제로는 폭행 등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점을 감추고 싶어 했을 수 있다. 아내에게 돌린 딸아이 사망 책임을 자신이 추궁당할 수 있어서다.

단순히 암매장한 것이 아니라, 운반이나 유기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안양 시신을 훼손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은 한씨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 역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유일한 증거인 시신이 없다면 법정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안양이 숨져 시신이 유기된 5년의 세월은 자신이 법률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경찰에 발각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학습하고, 대응하는 매뉴얼을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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