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신질환자 범죄, 사회안전망 통해 예방해야”

전문가들 “정신질환자 범죄, 사회안전망 통해 예방해야”

입력 2016-05-22 17:36
수정 2016-05-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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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척보다 치료가 중요…치료감호·치료사법 제도 개선 및 국립정신병원 확충”

경찰이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내린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 살인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감호 제도를 강화하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치유를 중시하는 ‘치료 사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신질환자 감정과 대응을 위해 국립정신병원의 역할을 확충하고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범죄를 피해망상 정신질환에 따른 개인의 범행으로 전제하면서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 사회 병리 현상인 점에서 사회와 가정이 예방과 재범 방지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구속)씨는 중학생 때부터 비공격적 분열 증세를 보이다가 2008년 조현병을 진단받고 6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김씨가 올해 1월 마지막으로 퇴원한 뒤 약을 끊어 증세가 나빠져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형사정책 분야의 권위자인 김진환(사법연수원 4기) 형사정책연구원장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정신질환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를 일으킨 정신지체장애인 사례를 연구한 ‘정신장애 범죄자의 책임과 처우’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지검장 등을 역임했고 법무법인 충정 대표로 지내다 형정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정신질환 범죄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 원장은 “일부 정신질환자가 정신병 치료약을 거부해 질환이 나빠져 범행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며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을 배척하기보다 치료 대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진국에서 국립 정신감정 병원을 두는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질환 감정 제도가 미약하다”며 “예산이 부족해 국립정신병원 의사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형편인데, 국민 정신건강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과감한 투자와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현행 법규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감호 기간이 7년으로 제한돼 있어 재범 우려가 있으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정신질환 범죄자의 치료감호를 최대 7년으로 제한해 치료가 끝나지 않은 이들도 사회로 나갈 우려가 있다”며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치료감호 기간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상준(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정신질환 범죄의 경우 초범을 예방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학교나 직장, 군대 등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관 시절 피고인의 정신 치료를 전제로 한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김 변호사는 ‘치료적 사법’의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정신질환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양육 환경”이라며 “사회 복지 차원에서 양육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들의 범행을 막기 위해 사회 못지않게 가정의 기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가족의 억제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범행에 이르는 정신질환자 대부분은 가족의 보호가 소홀해진 경우”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도 “정신질환자의 문제는 가족이 가장 잘 알지만, 범행까지 이르는 경우 가족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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