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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 난민’ 신세된 한진 선원들…마실 물조차 부족

‘바다위 난민’ 신세된 한진 선원들…마실 물조차 부족

입력 2016-09-05 10:45
업데이트 2016-09-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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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부산에 화물 내렸지만 갈 곳 없어 공해상 무작정 대기하는 한진 선박들

한진해운 선박들이 각국 항만에서 입항이나 작업을 거부당해 공해상을 떠도는 가운데 모항인 부산에 도착한 선박들도 우여곡절 끝에 입항은 했지만 싣고 온 화물만 내리고는 기약 없이 발이 묶여 있다.

5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법정관리 개시 이후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에 접안한 한진해운 선박은 한진톈진호 등 3척.

1일 0시부터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래싱업체들이 미수금 16억원 지급을 요구하며 한동안 작업을 거부해 입항대기 며칠 만에 겨우 부두에 도착했다.

이 배들은 싣고 온 수입화물과 다른 나라로 가는 환적화물만 내렸을 뿐 수출화물은 하나도 싣지 못하고 부두를 떠났다.

화주들이 배가 억류되는 등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해 아예 한진해운에 물건을 맡기지 않는 데다 터미널 측도 하역비 문제 등 때문에 수출화물은 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부두를 떠난 배들은 더는 갈 곳이 없다.

부산항 경계를 벗어난 공해상으로 나가 무작정 대기하고 있다.

다른 항구로 가려고 해도 입항이나 하역을 거부당할 가능성이 큰 데다 배에 남은 연료유, 식수, 식료품 등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박 압류를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배가 공해상에 있으면 압류할 수 없다.

앞으로 부산에 들어올 한진해운의 배들도 같은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해상에 떠도는 배가 수십 척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공해상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 선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통을 받는다.

이미 출항지에서 화물을 싣고 부산까지 오느라 길게는 50일이나 바다에서 지낸 선원들로선 얼마나 더 오래 좁은 배 안에서 갇혀 지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마실 물과 식료품도 곧 바닥이 날 처지이다.

통상 배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필요한 것보다 일주일 치 정도의 기름, 물, 식료품 등을 더 싣고 다닌다고 한진해운 노조는 설명했다.

컨테이너선에는 20~30명의 선원들이 탄다.

이들의 배변을 저장할 시설용량도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요한 한진해운 노조 위원장은 “공해상에 발이 묶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선원들이 대변을 신문지에 싸서 바다에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선원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킬 수 있도록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해상에 있는 한진해운 선박에 최소한의 생필품을 공급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밀린 대금을 줘야만 추가로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설령 인도적인 차원에서 어떤 업체가 미수금을 받지 않고 물건을 대주고 싶어도 공해상에서는 불가능하다.

급유선과 급수선, 선용품공급선 등이 덩치가 작아서 공해상에서는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긴 항해 끝에 모항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신선한 물과 식료품 등을 공급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선원들은 운항 중에 터진 법정관리 사태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채 마실 물과 끼니조차 걱정하는 ‘바다 위의 난민’ 같은 신세가 돼 있다.

한진해운 노조와 전국해상산업노련 등 선원단체들은 “항해 중에 사고가 났을 때에도 배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며 “선원들이 하루빨리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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