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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폐가에서 지낸 농장노예 ‘이웃은 몰랐다’

10년간 폐가에서 지낸 농장노예 ‘이웃은 몰랐다’

입력 2016-10-27 13:53
업데이트 2016-10-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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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왕래 없이 폐쇄적 공간서 비참한 노예생활어렴풋이 사정 아는 이웃은 “경찰신고? 왔다갔다 귀찮아…”

“저 집 주인은 광주에 살며 왔다 갔다 했지 우리랑 어울리지는 않았어. 일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우리는 알 수 없지”

60대 노인을 10년간 노예처럼 부린 전직 도의원 오모(67)씨의 농장 앞에서 만난 주민(57)은 “사정을 모른다”고 말했다.

오씨 농장 바로 옆에서 농사를 짓는 이 주민은 울타리 너머에서 들일을 하던 노인을 가끔 봤지만, 그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방문한 전남 장성군 북이면 오씨 농장에서는 마을 노파 2명이 콩을 수확하고 있었다.

노파들은 ‘일하던 노인이 어디로 가버렸다’는 오씨의 부탁으로 이날 농장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노파들은 이곳에서 일했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농장 안쪽에는 콩·고추·대파를 기르는 밭과 비닐하우스 너머로 빨간 지붕을 얹은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오씨를 수사하는 경찰은 피해자 A(66)씨가 이 집에서 인간의 삶이라고 볼 수 없는 참혹한 날들을 보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들여다본 집 내부는 성한 벽지가 없고 장판을 걷어낸 바닥이 시멘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허름한 매트리스 위에 놓인 얇은 전기장판은 집 안의 유일한 난방기구였다.

이불과 옷가지는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먼지가 켜켜이 엉겨 붙어 있었다.

손잡이를 돌릴 때 쇳소리가 나는 수도꼭지에서는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방들은 쓰레기 창고나 다름없었고, 스티로폼 매트와 텔레비전·냉장고가 놓인 거실에는 사람이 머물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주택에서 조금 떨어진 창고 외벽에 매달린 거울 옆에는 치약 두 통과 칫솔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농장 안에서 발견된 유일한 세면도구다.

농장 일을 종종 도왔다는 주민 박모(75)씨는 “오갈 데 없는 노인 2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올해 봄 할멈이 데려갔고, 한 명은 경찰이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며 “다들 제대로 씻지도 못해 얼굴에 새까만 때가 범벅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집주인 오씨가 쌀이랑 김치는 사다 줬지만 노인들 모두 삐쩍 말라있었다”며 “나중에 들었는데 ‘주인이 돈을 안 준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물음에 “왔다 갔다 불려 다닐 생각에 귀찮기도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씨는 2006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전북 순창에서 데려온 A씨에게 곡성과 장성의 자신의 농장 2곳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A씨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A씨의 논을 팔고 받은 돈 350만원도 챙겨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식도암과 폐렴으로 건강이 쇠약해진 A씨는 경찰과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치료받고 있다.

이름 석자를 겨우 쓰고 숫자 계산 등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달라고 하면 나중에 준대서 오씨가 적금을 들어주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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