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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집서 10년 농장노예 생활…남은 건 암과 폐렴 뿐

곰팡이집서 10년 농장노예 생활…남은 건 암과 폐렴 뿐

입력 2016-10-27 15:47
업데이트 2016-10-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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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꾼엔 월 100만원…지적장애 60대에겐 무일푼·병원치료도 방치

“비가 내리는데도 혼자 밭일을 하길래 다가가 보니 피골이 상접해 있더라고요.”

지난 5월, 실종아동 일제 검색을 위해 순찰을 돌던 장성경찰서 경찰관들은 비를 맞으며 휴대용 산소 공급기까지 몸에 끼고 콩을 심던 A(66)씨를 발견했다.

A씨는 이날 경찰의 손에 이끌려 요양병원에 가기 전까지 10년간 전직 도의원인 오모(67)씨의 농장에서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노동 착취를 당했다.

전북 순창에서 형수와 함께 살던 A씨는 2006년 형수의 지인을 통해 오씨를 처음 만났다.

오씨는 “숙식을 제공해주겠다”며 A씨를 전남 곡성의 한 농장으로 데려왔다.

장애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름 석자를 그리듯이 겨우 쓰고 숫자 계산 등을 전혀 할 줄 몰랐던 A씨는 10년 내내 축사 청소와 조경수 관리는 물론 고추, 콩, 고구마 농사 등을 지었다.

2011년까지는 곡성에서 일하다가 2012년부터는 장성의 농장에서 주로 일을 했으며 일손이 바쁘면 곡성과 장성을 오가며 일했다.

오씨가 쌀과 김치 등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주방시설이 따로 없어 주로 휴대용 버너로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웠다.

일을 마친 후에는 농장 안에 있는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한 숙소에서 몸을 누였다.

보일러와 가스가 끊겨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았고 한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지내며 기침도 잦아졌지만 건강검진은 물론 건강보험료도 밀려 쉽사리 병원을 찾지 않았다.

오씨는 다른 일꾼들에게는 월 100만원 안팎의 임금을 지불했지만 A씨에게는 10년간 한차례도 임금을 주지 않았다.

오씨는 경찰 조사에서 “밥도 먹여주고 하루에 소주를 2∼3병씩 마시는 A씨를 위해 술과 찬거리도 사다 줬다. 명절 때는 50만원씩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최저임금 기준 1억원 이상을 미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돈을 달라고 할 때면 “나중에 주겠다”던 오씨는 오히려 지난해 A씨가 소득과 재산이 적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수령 대상자가 되자 A씨 통장을 보관하며 210만원을 무단 인출했다.

A씨가 식도암과 폐렴 진단을 받은 후에는 암 치료비를 내야 한다며 A씨 명의의 논을 팔도록 해 통장에 입금된 350만원을 자신이 챙기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오씨가 자신을 위해 따로 적금을 들어주는 줄 알고 있었을 만큼 그를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A씨의 신뢰를 악용해 경찰 조사 과정에서 100만원을 건네고 합의서를 작성하게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는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어린아이처럼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쉽게 믿고 따르던 A씨를 착취하고 병원 치료도 제때 받게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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