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명절에 모였나’…설·추석에 가정폭력 신고↑

‘이러려고 명절에 모였나’…설·추석에 가정폭력 신고↑

입력 2017-01-22 10:24
수정 2017-01-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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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고 활성화 정책과 집중신고 시간 운영 탓”

#1. 별거 중이던 남편 A(41)씨는 아내(40)와 지난해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영화를 봤다.

극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나올 때는 달랐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은 결국 길에서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게 됐다.

#2. 재혼한 B씨(35)는 지난해 9월 14일 추석을 맞아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녀와 통화를 했다.

인사차 전화를 한 것이었는데 이를 알게 된 남편(46)은 화가나 B씨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설과 추석 등 명절 연휴에 112에 접수되는 가정폭력 신고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무소속 이찬열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명절 연휴 가정폭력 112 신고현황’을 보면 2014년 7천737건이던 접수 건수는 2015년 8천491건, 2016년 1만622건으로 늘어났다.

2014년 설 연휴(4일간)에 3천138건, 2014년 추석 연휴(5일간)에 4천599건, 2015년 설 연휴(5일간)에 4천508건, 2015년 추석 연휴(4일간)에 3천983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5일간)에 4천457건이었던 신고 건수가 추석 연휴(9월 14∼18일)에는 6천165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매년 명절에 가정폭력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신고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집중신고 시간을 운영하는 한편 합동점검을 강화한 탓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가정폭력은 밤 시간대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시간대별 신고현황을 보면 오후 10시∼자정 사이에 접수되는 비율이 16.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자정∼오전 2시(15.1%), 오후 8시∼10시(12.5%) 등의 순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가족 간 언쟁이 물리적인 다툼으로 번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경제적 이유와 갈등으로 인한 가정폭력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상처를 받기 쉽다”며 “무조건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인 만큼 명절에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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