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정치·신앙의 충돌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은 해당 그림이 포함된 풍자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사퇴나 제명까지 요구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표 의원에 대해 “징계사유가 된다”며 “민주당은 신속하게 윤리심판원을 가동해 징계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권력자를 향한 풍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풍자화 ‘더러운 잠’(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풍자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 ‘더러운 잠’ 작가 “풍자의 정치적 해석이 더 문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더러운 잠’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Olypia)라는 누드화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고, 그 뒤로 국정농단으로 구속기소된 최순실(61)씨를 배치한 풍자화다. 이 그림이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되면서 범여권과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풍자화 ‘더러운 잠’ 논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진행한 시국 비판 풍자 그림전 ‘곧, BYE! 展’에 전시된 작품 ‘더러운 잠’.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대통령 나체를 묘사했다. 서울신문DB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여신이나 님프로 표현돼 오던 여성의 누드화를 현실의 매춘부로 표현해 당대에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예술인의 풍자와 언론사의 만평 등은 주로 그 대상이 권력자이거나 정치·사회·경제 문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논란의 선봉에는 단연 ‘성역 없는 풍자’를 표방하고 있는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있다.
지난 7일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2주기였다. 파리에 본사를 둔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7일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 사이드 쿠아시(당시 34), 셰리프 쿠아시(당시 32) 형제의 편집국 총기 난사 공격을 당했고, 이로 인해 시사만화가 4명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숨졌다. 쿠아시 형제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한 이유는 이 언론사가 낸 만평에 있었다. 앞서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옷을 입지 않은 채 엎드려 있는 모습의 만평을 냈고, 범이슬람권의 공분을 샀다.
테러 부른 무함마드 조롱 만평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태를 촉발했던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조롱 만평. 샤를리 에브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조롱 만평. 샤를리 에브도
조롱의 대상된 난민꼬마 아일란 쿠르디. 샤르디 에브도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 소설 한 권에 ‘악마’로 내몰리다
표현의 자유를 논할 때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9월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의 소설 ‘악마의 시’는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고 이슬람 경전 코란을 악마의 계시로 빗댄 내용에 이슬람계는 신성모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소설을 비치한 서점과 루시디 지지 사설을 실은 신문사에는 폭탄 테러가 가해졌고, 영국과 이슬람 국가 이란의 외교관계까지 단절됐다.
소설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시디. 서울신문 DB
악마의 시를 번역한 작가들도 이슬람계의 분노 대상이 됐다. 1991년 7월 이탈리아 번역가 에또레 카르리올로가 괴한에게 공격당했고, 일본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가 대학 건물 안에서 살해당하는 등 습격 사건이 이어졌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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