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십억 지원 요구하며 ‘갑질’한 최순실…“너무 짜다”

SK 수십억 지원 요구하며 ‘갑질’한 최순실…“너무 짜다”

입력 2017-01-31 19:35
수정 2017-01-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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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덱 50억원’ 요청 퇴짜맞고 20억 제안받자 30억 제시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SK측에서 체육 인재 해외 전지훈련비를 지원받으려 할 때 여러 차례의 ‘가격 협상’이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지훈련비’ 지원은 양측의 신경전 끝에 최씨의 지시로 K재단 측이 지원받기를 거절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의 논의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다.

지난해 초 K재단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러너’ 사업과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에 필요한 예산 등 80억원을 SK측에 지원 요청했다.

이 가운데 해외 전지훈련비용 50억원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 스포츠’로 직접 송금해달라고 요구했다.

애초 훈련비용은 50억원보다 낮게 책정됐다. 하지만 최씨가 박씨의 기획안을 보더니 “이거 갖고는 훈련을 못 한다. 보험료 올려야 하고 나가면 밥 먹는 것, 물 먹는 것 다 비싸다”면서 세세하게 항목 수정 지시를 내려 변경됐다고 한다.

알려진대로 SK측은 “K재단과 비덱이 전혀 관계없는 회사인데 어떻게 직접 돈을 보내느냐”고 난색을 보이며 “대신 재단에 추가 기부금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소식을 들은 최씨는 “뭘 이렇게 까다롭게 나오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박씨 증언이다.

이후 SK와 K재단 측은 2차 미팅을 했다. 이 자리에서 SK측이 사회공헌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지원액을 20억원으로 제시했다.

최씨는 그러나 “전지훈련 예산이 50억원인데 20억원으로 나오는 건 너무 짜지 않느냐. 다시 30억원으로 얘기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박씨는 전했다.

며칠 뒤 양측 간 30억원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또다시 기부금 지급 시기를 두고 견해가 엇갈렸다.

SK측은 2016년과 2017년에 15억원씩 나눠 지급하겠다고 했고, 최씨는 “올해(2016년) 다 받아야 하는데…나눠서 주면 안 되는데…”라며 “30억원을 올해(2016년) 다 주는 거로 최대한 얘기해 보고 안 되면 20억원을 먼저 받는 거로 하라”고 재단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SK는 결국 K재단 요구를 받아들여 20억원과 10억원을 나눠 지원하기로 하고 내부 사회공헌위원회 심사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사이 K재단이 지원을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20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현식 전 K재단 사무총장은 “SK에서 돈을 흔쾌히 주는 상황이 아닌데 자꾸 무리하게 돈을 받는 게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내용으로 회장님(최순실)께 건의했고, 회장님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받지 말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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