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폭염 사망위험 일반인보다 18% 높아…지역편차도”

“저소득층 폭염 사망위험 일반인보다 18% 높아…지역편차도”

입력 2017-07-21 09:20
수정 2017-07-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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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서울 사망자 3만여명 분석결과

교육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폭염에 따른 사망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서울지역의 대규모 사망자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가마솥’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맘때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2009∼2012년 서울의 전체 사망자 3만3천544명을 대상으로 매년 6∼8월 중 폭염이 지역별로 사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저명 국제학술지 ‘토털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 중 서울의 25개 구별로 폭염 변화와 사망률을 비교했다.

폭염(열파. heat wave)은 연중 95% 이상의 고온이 이틀 이상 이어진 경우로 정의했다.

이 결과 6∼8월 사이 서울에서 폭염이 있었던 평균 횟수는 2009년 1.84회에서 2012년에는 2.96회로 4년 동안 62.1% 증가했다.

서울에서 폭염 횟수가 많아 가장 더웠던 지역으로는 종로구, 용산구, 서초구가 꼽혔다. 이들 지역의 폭염 기간 평균 온도는 2009년만 해도 28.7∼29.1℃에 머물렀지만 2010년 29.7∼30℃, 2011년 30.2∼31.5℃, 2012년 31.7∼32.1℃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서울 도심의 열섬효과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폭염에 따른 사망위험은 교육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8%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상대적으로 녹지공간이 적은 데 사는 사람도 폭염이 닥치면 사망위험이 18% 상승했다. 주변에 병원 수가 적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경우에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19% 높았다.

연구팀은 25개 구 가운데 마포구, 영등포구, 중구, 성북구, 서초구에서 이런 상관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폭염은 열사병, 일사병 등의 온열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뇌졸중 위험도를 높인다. 기온이 상승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수분이 소실돼 혈액순환에 더 심각한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국내 지역별로 뇌졸중 사망자가 최저 2.3%에서 최대 5.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의한 사망위험을 줄이려면 폭염 관련 예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폭염이 주로 발생하는 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에 되도록 야외활동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실내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바깥과의 온도 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상청의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각각 33도,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한다.

김호 교수는 “폭염 기간의 사망위험은 폭염 자체의 위해성에 개인의 취약성, 거주 지역의 취약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폭염이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에서 사망률을 높이는 게 확인된 만큼 폭염에 따른 공중보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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